Sung By 이찬혁
내 결혼은 12월 3일 시작해 몇 년 뒤 12월 3일 이혼 판결을 받았다. 시작과 끝이 같다. 이혼 판결 후 처음 맞는 12월 3일 달력을 보며 처음엔 123이 나란히 있는 날이네 하다가 이내 내 시작과 끝인 날임을 떠올렸다. 올해 12월 3일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20년 전 그 날 그 국가를 상대로.
날강두라 비난받던 포르투갈 축구선수 호날두는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국민이라 나무위키에 적혀 있었다. 벤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20년 만에 자신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좌절시킨 나라에서 이번엔 16강 진출을 해냈다. 가나는 몇 년 전 자신들에게 논란의 골을 선사하고도 한치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16강 진출의 발목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며 전 패배의 아픔을 안긴 가나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1988년 올림픽 베이비로 태어나 ‘올림픽, 기억나요?’ 질문 세례를 받던 내가 2002년 월드컵 베이비 인턴사원을 상대로 ‘월드컵 때 태어났네요. 정말 재미있었던 해인데.‘ 드립을 친다. 이제는 안다. 너무 나이 차이가 나 할 말은 없는데 기억에 남는 해이기는 하고, 뭐라고 한마디 하겠다며 던질 말이 ‘88 올림픽 알아요?’, ‘2002 월드컵 알아요?’ 따위 임을. 그리고 훗날 2002 월드컵 베이비들은 2023 카타르 월드컵 베이비들을 상대로 9%의 확률로 16강에 진출했던 지금의 축구 이야기를 하겠지.
우리들의 이야기가 스쳐 가는 듯 이어진다. 파노라마처럼.
어쩌다 이찬혁의 첫 솔로 앨범 ERROR와 타이틀곡 '파노라마'의 기획 의도에 대한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언젠가 이것을 언급할 일이 있을 것임을 예상했다. 최초 기획에서는 아티스트가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생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남은 인생은 불살라 보겠다(?)의 방향으로 정리되는 듯하다가 가수로서의 주어진 본분에 충실하는 정도로 결론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ERROR라는 앨범의 고민점과 결론이 너무 좋다. 삶의 기회를 다시 얻었다고 해서 '그래, 두 번째 기회니까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뭐라도 해야지.'랄 건 뭐람? 죽을 생각 안 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며, 때로는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며~ 지지고 볶고 살아 주는 거지 뭐. '파노라마'의 가사처럼 짧은 인생 쥐뿔도 없지만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버킷 리스트는 다 해봐야지. 그러다가 오늘 12월 3일처럼 안 좋았던 기억들이 좋은 기억들로 덮이는 것을 보고 말이다.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며 추억이 된다.
그리고 때마침 길가에 쓸쓸하게 흩뿌려졌던 낙엽이 새하얀 눈으로 예쁘게 덮였다.
[파노라마] 들으러 가기▶ https://youtu.be/Y7C8qIpo7Dg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 IZ*ONE♪ Panorama
+ 이찬혁♪장례희망
+ AKMU♪ 지하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