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의 사운드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다시금 인생에서 반짝반짝 빛났던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방과 후 친구들과 유행하는 가요 안무를 흉내 내며 놀 때. 그러다가 허기지면 골목 한 켠 떡볶이집에 달려가고, 독서를 하자며 1권당 대여비 200원인 순정만화를 빌려보다가 괜찮은 남자 주인공은 하얀 머리인가 검정 머리인가 토론하고..
처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꼈을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를 느끼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아쉽고..
또 어떤 순간들이 행복했더라? 지나 간 사진첩을 뒤적여 본다. 뒤적이다가 실패했다 느꼈던 순간들도 마주했다.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게 그렇게 실패였었나? 싶다. 당시에는 많이 울적했었다.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기도 했다. (로맨스 판타지에서 유행하는 회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저 못난 존재라 생각했지만, 당시의 내 얼굴을 다시 보면 너무나 앳되었었고, 순진한 눈빛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꿈을 꾸듯 반짝거려 보인다.
나는 크게 못나게 살아오지 않았다. 언제나 반짝이는 순간들과 함께했다.
촌스럽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반짝이는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그런 장르로는 ‘뉴 잭 스윙’이 딱이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임팩트 있는 ‘토끼춤’ 배경음악으로 인식되곤 하지만, 사실 ‘뉴 잭 스윙’은 캔디가 톡톡 터지는 것 같은 예쁜 사운드에 가깝다.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Bobby Brown이 부인이었던 Whitney Houston과 함께한 ‘Something In Common’이라는 곡이 있다.
뮤직비디오 속 젊은 바비 브라운과 휘트니 휴스턴은 가정폭력과 불륜, 마약으로 얼룩진 결혼생활 끝에 이혼을 맞이했음에도 그런 미래가 연상되기는커녕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배려와 겸손을 바탕으로 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노래한다. 그런 부분은 가사에서도 뚝뚝 묻어난다. 또 앞날이 창창했던 댄스 가수와 디바의 만남, 당시의 둘은 문자 그대로 Something, 무언가 Common이 있다. 서부의 무드와 뉴 잭 스윙의 톡톡 튀는 사운드가 풋풋함을 잘 살려주고 있는 와중에 둘의 끝이 좋지 않았기에 뮤직비디오에 담긴 순간이 어쩐지 찬란하게 느껴진다.
잠시 [Something In Common] 보러 가기▶ https://youtu.be/QlgFvYQMEBY
내가 좋아하는 뉴 잭 스윙 노래는 다 예쁜 사운드이지만 위 경우와 같이 슬픈 결말을 안 떠올릴 수밖에 없는 노래가 많다. Michael Jackson의 ‘In The Closet’도 그렇고, 동생인 Janet Jackson의 ‘Miss You Much’도 그렇다. 90년대 팝의 전성기가 열렸을 때 우연히 유행하던 장르가 뉴 잭 스윙이었는데,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가수들이 레전드로 남은 경우가 많았기에 Fame의 대가로 응당 추락하는 모습이 보여줄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뉴 잭 스윙은 반짝반짝한 순간을 담고 있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장르인 것 같다.
어느 누군가의 인생이 그렇지 않으랴. 새해를 맞으며 '뉴 잭 스윙'과 함께 다시 한번 한 해를, 삶을 되새겨본다.
[함께 언급한 노래]
+ Michael Jackson♪ In The Closet
+ Janet Jackson♪ Miss You Much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 Guy♪ Teddy's Jam
+ Morris Day♪ Fish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