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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Jan 30. 2023

갑자기 Easy Listening

내겐 다소 부드러운 노래

 나는 Easy Listening이라고 하는, 이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심장의 색깔은 블랙, 혈관에 Pink Blood가 흐르는 K-POP 혼혈로서(?) 강한 비트나 베이스, 귀에 꽂히는 멜로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지 리스닝풍 노래를 들으면 누군가 읊조리는 걸 들어주는 기분이라 잠이 온다.

 기가 세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성격이 음악적인 취향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러던 내가 이지 리스닝까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편안하고 잔잔한 음악을 찾아 듣는 중이다. 가슴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게 계절로 치면 조용히 봄이 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접해도 소소하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작년 말에 코엑스에서 업무 관련 행사가 있어 직출하던 길에 지하철에서 낯익은 사람과 조우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는 내 전 남편의 친구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친구의 전 남자친구였는데, 더블데이트를 하곤 했던 우리가 전부 헤어지게 되면서 전 남편의 친구가 되어버렸다.

 내가 전 남편과 한창 소송중일 때 우리가 업계 CC로 많은 인맥이 얽히고설켜 있었던 관계로 내 주위 사람들은 남편의 폭행에 대한 엄벌탄원서를 써 주거나 불륜에 대한 직•간접적인 증거 보충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또한 어떤 친구의 도움을 통해 나에 대한 모종의 탄원서를 써서 제출했다.


 누나의 성격이 매우 강하고 집착이 심해 이것이 원인이 되어 이혼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무엇을 탄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으나 주민등록증 사본, 수기 싸인도 알차게 첨부되어 있었다. ‘성격 차 이혼이 아니라 너 친구가 폭행에 불륜을 저질렀다고! 뭔데 거짓 주장으로 남의 가정문제에 개입해? 불륜녀 친구라도 돼? 전 여자친구의 친구의 남편일 뿐인데 이렇게 개인정보를 팔아가며 지키다니 참으로 대~단한 우정이네!‘ 당시에는 그 친구의 집이라도 찾아가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었다. 그 친구를 외근 직출 길에 지하철 같은 칸에서 만난 것이다.


 멱살을 잡고 싶은 충동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알게 뭐람?’이라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승강 플랫폼 틈에 발이 빠지던지 계단에서 복권을 줍던지 내 알 바가 아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한 번쯤 꼭 만나고 싶었었는데..... 그냥 그렇게 가볍게 무시하고 웹툰이나 읽으며 출근했다.


 확실히 내 심경에 변화가 크게 일어난 것은 맞는 것 같다. 나쁜 변화는 아니고 긍정적인 변화로 지금은 거의 매일 마음이 편안한 상태다. 그 영향 때문에 잔잔한 음악을 찾게 된 것 같다. 요새 즐겨 듣는 잔잔한 음악을 추천하며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정말 최고다!


[UA - おちゃ] ▶ https://youtu.be/1889oGz8ipo

UA - 차


[Fujii Kaze - Shinunoga E-Wa] ▶ https://youtu.be/dawrQnvwMTY

후지이 카제 - 죽는 게 나아


[Liniker - Clau] ▶ https://youtu.be/QNIvgnqA0I0

Liniker & Orquestra Jazz Sinfô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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