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5년 만에야 S.E.S. 일본 음원이 풀렸다. 기억하라! Sea, Eugene, Shoo, 유진이 바다에 빠졌슈 줄임말이므로 축약을 의미하는 점 3개가 들어가야 하는 표기이다. 아날로그 일본이 점점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픈하니 신기한 시대가 되었음을 체감한다.
뉴 잭 스윙을 바탕으로 하는 S.E.S.의 음악은 90년대 J-Pop의 감성을 만났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청량하면서 도시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성적이고 예쁜 가사로 노래한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어떻게 S.E.S.의 일본 노래를 접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H.O.T.와 젝스키스로 대표되는 치명적이고 위압적인 댄스 사운드의 홍수 속에서 S.E.S.의 노래는 내게 꿈같은 노래였다. 그런데 정작 당시 S.E.S.의 사운드는 SPEED를 대표로 하는 J-Pop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주류 사운드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 어딘가 어눌한 일본어 발음 때문에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어딘가 질이 떨어지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지금은 프로듀싱이 발전하여 거의 그렇지 않다만 예전에 한국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 나쁜 발음으로 인해 곡을 끝까지 들어주기 힘들다던가 곡이 안 좋게 들린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나는 한국인이었기에 S.E.S.의 음악이 신선했으며 청량하면서도 어딘가 애틋함이 느껴져 좋았다. 제일 좋아하는 곡은 'めぐりあう世界', 직역하면 '돌고 돌아 만난 세계', 의역하면 '다시 만난 세계'라는 곡이다. 실제로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의 음악이 위 곡과 궤를 같이한다.
S.E.S. - めぐりあう世界 ▶ https://youtu.be/C2bEtDxPGOI
곡이며, 패션이며, S.E.S. 멤버들이며 무엇 하나 빠짐이 없다. 그 시절의 NewJeans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리다는 것이 그 자체로 이렇게 귀여운 것인지 몰랐다. 다시 보니까 바다 언니가 너~무 귀엽다.
2001년 요맘때 즈음 여름방학 내내 S.E.S.의 일본곡 번안 앨범 [Surprise]를 들었었다. 22년이 지난 올해, 언어는 달라졌지만 S.E.S.의 같은 곡들을 들으며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내 여름인 S.E.S.의 곡들을 몇 곡 더 추리며 바다 언니의 시원한 보이스로 무더위가 가시길 바란다.
S.E.S. - 夢をかさねて (꿈을 모아서) ▶ https://youtu.be/bXhJbQy64Bo
S.E.S. - (愛)という名の誇り (사랑이라는 이름의 용기) ▶ https://youtu.be/ijPHX_WwK5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