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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Aug 16. 2023

잼버리와 K-POP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잼버리 행사가, 일단 행사는 끝이 났다. 이제부터 털어볼까 한다.


 8월 초였나? 여러 지인들이 단톡창을 통해 잼버리 뉴스 봤냐고 물어왔다. 단톡이기 때문에 그냥 스크롤 올리며 스킵 했었는데, 하도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무슨 일인지 찾아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잼버리.. 스카우트.. 아! 엄마 생신 기념 차 가족들이 모였던 명동에 계속 돌아다니던 그 삼각 모양 스카프를 착용했던 아이들 말인가? 그 키만 큰 아직 앳된 아이들이 왜?


 그렇게 사태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폭염', '위생', '벌레'... 요즘 아이들뿐만 아니라 2023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기피하는 워드들이 문젯거리로 계속 등장하였다. 그러다가 모두가 알 듯이 민간 차원에서 긴급 지원이 이루어지고, 몇몇 국가는 퇴영하네 마네 하고 (실제로 퇴영도 하고), 갑자기 K-POP 콘서트로 끝이 났다. 얼추 수습이 된 걸까?


I'M SORRY, SO SORRY.


 전 트위터 현 X에서 돌아다니는 잼버리 관련 영상에서 들렸던 말이다. 길 가다 조우한 잼버리 대원들에게 어떤 한국인이 일부러 다가가서 다짜고짜 영어로 위와 같이 말하는 영상을 보았다. 보자마자 영어권 대원들이라는 건 누가 알려준 거지? 그리고 왜 그 한국인이 무엇을 미안하다 말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 

 또 어떤 영상에서는 굳이 잼버리 대원들에게 다가가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한 가치관을 피력하는 사람의 영상도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잼버리 스카프를 착용하고 다니니까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나도 잼버리 행사가 끝난 광복절 샌드위치 연휴 기간에 외출한 시내에서 아직 체류 중이었던 잼버리 아이들을 많이 목격했는데 아무래도 이슈는 이슈였던지라 눈길이 가긴 했었다. 그런 현지인들의 시선과 과한 관심을 충분히 알 텐데 아이들은 왜 잼버리 스카프를 계속 착용하고 다녔던 것일까?


 잼버리는 스카우트 활동이다. 청소년들이 도전 정신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생각을 고양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그들은 그들이 그런 활동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한국에 온 사실을 아주 잘 자각하고 있었기에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도 잼버리 스카프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문한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기는커녕 최소한의 활동조차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하질 않나, 논란이 일자 잼버리 활동의 본질과는 전혀 개념이 다른 고급 숙박시설을 내놓질 않나, 청소년 액티비티와는 전혀 관계없는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질 않나, 그리고 대망의 피날레는 취미 활동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K-POP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장식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혀 잼버리 스카우트 활동과 관계가 없다. 민간 차원에 대한 지원 내용은 제하고 볼 때 개최 위원회에서 수습한답시고 내놓은 개선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잼버리 행사를 돈벌이로 밖에 안 본 내용들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분개스러운 점이 내가 사랑하는 K-POP이 이런 행사에 동원된 점이다. K-POP 콘서트는 정말 잼버리 스카우트 활동과 관계가 없다. 그들은 한국 관광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땅을 배경으로 청소년기에 할 수 있는 도전과 모험을 체험하러 온 아이들이다. 한마디로 세상을 공부하고 배우려고 온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8~90년대 학교 수련회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하던 한국식 뒤풀이 행사를 깊은 제고 없이 그대로 잼버리 스카우트 활동에 적용해버렸다. 논란이 되었건 안되었건 간에 이 뒤풀이 개념의 K-POP 콘서트 자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잼버리 스카우트 활동의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잼버리 부실 개최 논란을 덮기 위해 K-POP 콘서트에 BTS가 등장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가에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있어 어느 정도 수습한 후에 다 같이 기운을 내자는 취지였다면 또 모르겠다. 왜 정치인들의 잘못을 K-POP이 수습해야 할까? 정치와 문화가 궤를 같이 하는 그런 것이라면 애초에 병역면제도 시켜주지? K-POP이 성장하는 데 있어 국책이 있었고 국가의 지원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K-POP 아이돌들이 방긋 방긋 웃으며 공연을 보여준다고 해서 잼버리 개최위원회가 망친 어린 청소년들의 도전과 모험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없었던 일로 퉁 쳐지나?

 이건 K-POP 아티스트들에게도 모욕이다. 지나친 표현을 쓰게 되어서 미안한 말이지만(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이라는 예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종의 기쁨조 취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K-POP 콘서트를 관람하러 방문한 잼버리 대원들이 아니었던지라 지루한 시간이었겠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콘서트장에 남아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나름 잼버리 활동 다운 활동을 한 대원들이 있다는 뉴스에 대견스러우면서도 내심 미안한 감정이다. (한국의 여름을 잘 모르고, 이 사태를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의 시작으로 보는 대원들도 있다고 한다..)

 2023년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정치에 문화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용할 거면 이번 잼버리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들께서 몸소 공연에 참여하셔서 잼버리 대원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메시지 전달하려고 용써 보셨으면 좋겠다. 그게 정녕 사태 수습과 관련이 있는 행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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