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6일의 일기
올 듯 오지 않는 여름 덕분에 시원한 날씨 아래서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과 한강공원에서 맥주를 한 잔 하게 되었다. 오랜만의 회포를 푸느라, 소금구이 닭꼬치의 짭조름함에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느라,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갔다.
"혹시 두 분 설문조사 참여랑 간단한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대학교 과제인데요..."
아주 앳된 아이들이 다가왔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몇 살 나이대로 되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리고 현재 20대에게 해주실 위로의 말씀 있으실까요?"
우리 둘은 동시에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냈다.
"이런 것 묻기 전에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나이대부터 조사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20대에게 위로요? 20대한테 위로를 왜 해줘야 하죠?"
나보다 내 지인은 더 격했다.
왜 맨날 20대들은 위로를 해달래요?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라떼는 말이에요..... (자체 중략)"
아이들이 굉장히 당황하였다. 하지만 내 지인은 멈추지 않았다.
"20대들은 MZ세대다, 뭐다 하면서 책이 쏟아져서 다른 세대들이 대하는 법까지 알려고 하는데, 저를 보세요, 40대 미혼 독신녀에 대해서 알아보자 하는 책이라도 있나요? 40대 미혼 독신녀나 다른 세대가 위로해 달라며 위로에 대해서 운운하기라도 하나요? 다른 세대가 20대를 지나왔을 때보다 훨씬 여건이 좋은데 왜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 학교 과제하겠다고 순수한 열의를 가지고 나선 아이들이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나는 그녀의 발언에 대체로 동의한다.
누구 인생이나 다 힘든 시기가 있고 아프다. 어떤 세대라도 하루에 소화해야 할 태스크와 미션 투성이와 맞닥뜨린다. 20대를 지내고 30대가 되면 인생이 끝인가? 40대는? 중년의 위기는? 갑작스레 찾아올 병마나 노환은? 퀘스트는 끝나지 않는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고 끝을 바라보며 자신의 하루, 인생을 바라보면 쉽게 포기를 생각하게 되고 고통스럽겠지.
위로는 아니지만 20대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까 당시에는 못나고, 남들보다 못하다 생각했던 자신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으며 순간순간을 반짝이며 살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아니다 싶으면 뒤집어엎고 사람이건, 조건이건 챌린지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회피하거나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다른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신에게 믿음이 있다면, 가정이 있어서, 나이가 있어서라며 괜히 핑계 대지 말고. 그리고 고군분투는 죽는 순간까지, 인간의 수명이 약 100세라고 가정했을 때, 100년 동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안식은 꿈도 꾸지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