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어느 화창한 날
싸구려 소비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하던데, 어차피 집 같은 것 못 살 테니 하고 싶은 것 생길 때마다 거기에 바로 투자하자라는 마인드가 생겼다. 내게는 세계여행이다. 세상은 넓으니까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올해는 캐나다를 향했다. 주목적은 좋아하는 작가가 태어난 모 섬을 방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리가 거리이고 땅이 넓은 나라인만큼 최대한 시간을 내어 많은 도시를 방문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올해 황금연휴를 활용해 캐나다에 방문을 하게 되었고 그전에 토론토부터 들렀다.
"이후에는 어디 가세요?"
원데이 투어 가이드 분께서 여쭤보셨다.
"아 전 내일모레 P섬으로 가요."
- "거길 왜 가요? 지금 엄청 추울 거예요. 거긴 7~8월 여름에나 가는 곳이에요."
그리고 다른 그룹을 이끌고 있던, 우연히 만난 동료 가이드 분에게 말을 건넸다.
"이 분 내일모레 P섬에 가신대."
동료 가이드 분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거길 왜 가요?"
기껏 돈 들여, 시간 들여왔는데 부정적인 발언을 두 번이나 들으니까 살짝 짜증이 났다. 사실 날씨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좀 추운 곳에 여행 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이 가이드분들도 기껏 모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잡는 챌린지를 하셨을 텐데 생각이 많이 꼬장꼬장하시네?
"가면 안 되나요?"
- "연대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연대가 뭐예요?"
- "…."
미안해요. 문 연 데를 말씀하신 지 나중에 깨달았어요.
내가 여길 어떻게 왔는데, 이렇게 찝찝한 기분으로 방문할 순 없다 싶어 다음 날 시내에 방문하여 계획에는 없던 아주 두꺼워 보이는 봄버 재킷을 하나 샀다. 내가 그래도 연간 기온 50도 차를 자랑하는, 날씨가 아주 헬인 나라 출신인데 그깟 추위 하나 못 이기랴? 그리고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문 연 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아니면 편의점 가면 되고. 괜히 불안함에 덜덜 떨며 P섬으로 향했다.
짧은 비행 후 섬에 발을 디뎠을 때, 이게 웬 걸? 생각보다 너무 더웠다. 그냥 평범한 한국의 봄 날씨 같았다. 지구온난화는 북쪽의 섬도 피하지 못한 듯했다. 확실히 여름에 방문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대신에 가족 단위의 내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가게는 문을 닫은 곳이 조금 보이긴 했지만 7~80%는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관광객이 붐비지 않은 탓에 호텔에서는 내게 스위트룸으로의 방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선물해 주었고, 섬사람들의 친절함과 함께 예쁜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괜히 날씨를 두려워하며 일정을 바꿨다면 뼈저리게 후회했을 것이다.
역시 다른 사람의 말은 적당히 들어야 해. 정말 귀 기울여야 할 것은 내 안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