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라벤더에게

by 김태진

사랑하는 라벤더에게.


보라 빛이 길게 드리우는 오후,

햇살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창가로 스며듭니다.

바람은 멀리부터 네 향을 이고 오고

나는 향에 취해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라벤더.

짙은 보랏빛이 바람을 따라 출렁이며

마음을 달래는 그 모습은 언제나 편안합니다.

눈에 보이는 빛보다 코끝에 스며드는 향으로

사람을 덥석 안아 주는 너의 성품이 참 좋습니다.


네가 지닌 꽃말을 아시나요.

‘기다림, 그리움, 침묵 속의 사랑.’

말을 하지 않아도

향에 써 내려간 진한 그리움의 깊이를

너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프로방스의 언덕에 펼쳐진 라벤더 밭을

언젠가 사진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일어섰다 부서지는 보랏빛 파도 사이로

전쟁터에 간 연인을 기다리던 여인들이

손톱으로 꼬집어 심었던 라벤더!


언덕마다 퍼지는 향은

기다림의 계절을 지나

사랑이 돌아오길 기도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안의 빛바랜 보랏빛 시계를 꺼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던

그 지난한 시간의 무게를

네 향 속에서 다시 기억합니다.


우리도 그때가 있었지요.

멀리 떨어져 있던 날,

서로의 안부를 조심스레 묻던

그 잔잔한 대화 속에

얼마나 많은 그리움을 가슴팍에 묻어야 했습니까!

멀리 있어도 마음은 닿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우리는 알았습니다.


라벤더여, 목마른 기다림이여!


사랑은 늘 뜨겁게만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고요히, 때론 아무 말 없이

향으로만 스며드는 것임을.

기다림이 길수록 마음은 깊어지고,

그리움이 짙어질수록 사랑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오늘도 나는 너의 향을 옷 입고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곁에 없을 때에도

마음을 내어 주는 일임을.


네가 한여름 햇살 속에서도

조용히 피어나는 것처럼,

내 사랑도 꼬깃꼬깃 접어 띄워 보내리다.


창문을 스치는 바람이

그대의 향을 창턱에 터억 놓고 갔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향 하나로 그대와 내가 이어져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라벤더여,

그대가 나의 라벤더임이 고맙소

하여, 기다림을 기도로 바꾸고,

그리움을 향기로 전해 주는 너에게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씁니다.


언제나 그대를 그리워하는

다가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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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바람을 따라 일어선 보랏빛 숨결

기다림에 지쳐 주저앉을 때

숨죽인 라벤더향 고이 접어 넣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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