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기가 막히다.
우뚝 솟은 건물 위로 펼쳐진 하늘이 파래도 너무 파랗다.
바람은 선선하고 살짝 물든 가로수 잎새에 가을 냄새가 난다.
다 잊은 거냐?
푹푹 찌는 여름밤, 죽일듯 쏟아지던 햇볕, 추석이 지나도 계속할 것처럼 굴더니 그 무더위가 갔다.
고작 하룻밤새에 도망쳤다.
그리고 잊었다. 하늘은 다 잊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며 뻔뻔스럽다.
나의 노력과 나의 한숨과 나의 절망도 이런 취급을 받을 것이다.
공로는 남의 몫으로, 좋았던 순간은 내 기억에서도 희미해진다.
이유는 없다.
내 인생 정도는 간단하게 잊혀질 것이다.
그게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