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C : After Corona, 코로나 사태 이후 전세계는 연력 시스템을 제로셋했다.
2) BC : Before Corona, 코로나 사태 이전 시대를 뜻한다. BC 1년 = 서기 2020년이다.
AC세기의 변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일상적인 불편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같은 커피 전문점에서 여유있게 커피 한잔을 즐기는 여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옛날 기억이 되고 말았지만 BC 시절, 아늑하게 꾸며진 카페에 앉아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차 한잔 했던 것이 그리 소중한 추억이 될 줄이야..
아이에게 "옛날에는 카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커피를 마셨단다" 라고 말하면 바로 묻는다. "카페가 뭐에요?"
하물며 왁자지껄한 실내포차에서 오돌뼈에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를 하면 뭐 할까? 전설의 고향이라고 할까?
상업적인 이유로 커피 브랜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인시스템이나 다름없는 아웃도어 커피매장에 들러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할리스 등등 중 하나를 골라 주문하면 각자의 브랜드 로고가 프린트된 1회용 컵에 원하는 커피가 준비돼 나온다. (스타벅스에 라이벌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커피빈 커피는 파스꾸찌, 메가커피, 이디야 등과 함께 다른 아웃도어 커피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사업자들 말로는, 커피 맛은 예전과 똑같다고 하지만 고급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그윽한 커피향이 어우러진 카페에서 마시던 그 커피맛과 작금의 커피맛이 어떻게 같을 것인가? 심지어 패션잡지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이용률은 낮지만 지하철의 변화도 빠트릴 수 없겠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집밖으로 나가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면서 도로가 텅텅 비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숫자는 급격히 줄었다. (코로나 긴급명령 4호, 처음에는 약식 대통령령이었지만 지금은 법규로 명문화돼 국민건강보호법 3조 2항에 명시돼 있다. 당국에 사전 신고없이 무단으로 외출한 경우 1천만원 이하 벌금 또는 징역 6개월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지하철을 없애 버려도 이를 불평하는 시민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버스 노선은 AC 5년에 완전 폐지됐다) 기존 시설에 들어간 국가예산이 천문학적이고, 시내 지하를 거미줄처럼 엮어놓은 지하철 노선을 다른 시설로 이용하는 방법이 거의 없어서 중앙정부는 몇몇 공학자들의 제안에 따라 지하철 설비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대중교통수단을 완전히 없앨 경우 다음 선거에서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이 배후에 있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하철의 가장 큰 변화는 1인실의 상용화다. 지하철 한칸을 14구역으로 나눠 각 칸에는 한명만 탑승할 수 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1인 1실을 이용해야 한다. 2인 이상이 한칸에 들어갔다가 뭔가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 시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1인실이라 해도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다. 지하철은 법규에 따라 정기적으로 소독하지만 앞서 이용한 사람의 바이러스가 객실내에 남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신은 공공서비스에 자신의 생명을 내맡길 수 있는가?
불편한 점은 예산 부족때문에 자동으로 개폐됐던 출입문을 직접 손으로 밀어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지하철 이용 고객은 눈에 띄게 줄었고, BC세기에 6량까지 운행됐던 객실칸이 지금은 가장 이용률이 높은 강남 노선만 2량으로 확장 운행할 뿐이다. 참, 배차간격은 가장 빠른 구역도 28분이다.
당연하지만 직장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완전히 금지됐다. 화장실에 있을 때 조차 사방에 달려있는 CCTV에 마스크를 벗은 맨 얼굴이 포착되기만 하면 3~4분 내에 건물 시큐리티가 출동해 마스크 미착용자를 테러 용의자로 체포한다. (마스크를 벗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를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노출시키겠다는 반사회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인공지능은 파악한다)
개방된 공간은 자취를 감췄고 모든 사무실은 투명하지만 완전히 밀폐된 개별공간의 집합소로 이뤄졌다. 의사소통은 귀에 부착된 근거리 무선통신을 사용하지만, 이것은 사무직 노동자에만 해당되는 특권이나 다름없다.
생산시설에 투입된 공장 노동자들은 장내 스피커를 통해 일방적인 지시를 듣기만 할뿐 자기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사유 자체가 극히 일부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합리적이고도 피할 수 없다. 대부분 생산설비는 필연적으로 개방된 공간에서 협업을 하게끔 만들어져있기 때문이다. 개인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도 마스크 종류에 따라 차단율이 천차만별이고 아무리 조그만 소리라도 말을 하면 입 꾹 다물고 일만 할 때보다 체내의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150%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부자재를 일일이 개별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게 공장을 설계했다가는 원가상승으로 인해 새우깡 한봉지를 만원주고 먹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사업자 입장에서 노동자의 건강 때문에 원가상승 요인을 그 정도 높이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2인 이상 개방된 공간에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는 긴급상황을 제외하고는 구강을 통한 일체의 의사소통이 금지됐다. (때문에 최근 온라인 수화 학원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전화통화는 당연히 금지다.
만약에, 그런 일은 거의 없어야 겠지만, 꼭 말로 해야 할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BC세기의 전화부스처럼 생긴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인터콤으로 관리자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