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인 기피증은 어떻게?
* 이 이야기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는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 용어 설명
1) AC : After Corona, 코로나 사태 이후 전세계는 연력 시스템을 제로셋했다.
2) BC : Before Corona, 코로나 사태 이전 시대를 뜻한다. BC 1년 = 서기 2020년이다.
AC세기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밖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게 조금도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거리로 나갔는데 우연히 맞은 편에서 다른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면 다른 샛길로 빠질 방법이 없는지, 되돌아 갈 수는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던 경험을 모두가 해 봤을 것이다. 그런 당혹감은 마주 오는 상대도 마찬가지다.
길은 외길, 피할 방법은 전혀 없다. 이 경우 마주치는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숨을 참으면서 종종걸음으로 잽싸게 스쳐지나간다. 그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조금도 관심없다. 마음 속에서는 '제발 저 인간의 바이러스가 마스크를 뚫고 나와 나를 감염시키지 말아달라는 소원' 한가지뿐이다.
'요즘 저가형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오는 몰지각한 인간들이 있다고 하는데 저 인간은 아니겠지?'
이 정도 생각은 기본이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은 더이상 사람이 아니며, 그저 잠재적 감염자에 불과하니까.
이렇다보니 주변 거리에 몇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지 알려주는 알림앱까지 발명됐다. (앱의 이름은 '너 어디가?' 이다)
그러나 CCTV를 통해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위치를 파악하고 서버에 전달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 패킷을 보낼 때까지 걸리는 '6분'의 시간차까지는 극복할 수 없었다. 사실 이건 비용의 문제다. 서버 용량을 늘리고 다중 회선을 업그레이드하면 실시간 동선 파악까지 가능하지만, 국민의 79%가 사용하는 국민앱 '너 어디가?'의 이용요금을 무작정 올릴 수 없는 문제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BC세기의 차량용 내비게이션처럼 주변 인간들의 동선파악 시스템은 실시간과 약 6분의 랙이 발생한다. 때문에 '너 어디가?' 앱을 보고 거리로 나간다해도 8%의 확률로 다른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 8%가 사람 속을 뒤집고 환장하게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공포라고 하지만 온라인에서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간의 기본 욕구인 커뮤니케이션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국민 1인당 평균 13종의 sns 서비스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일상을 10분 단위로 영상데이터와 함께 팔로워에게 푸시하는 '나지금' 서비스부터 좋은 생각, 나쁜 생각, 기발한 생각, 음란한 생각 등 종류별로 나눠 개인의 생각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속속 출시됐다.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온라인으로 처리하는게 아무 불편없는 시대가 됐지만, 인간의 여러 관계 중에 한가지만은 여전히 원시적인 오프라인적 관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바로 육체적인 사랑의 행위다.
모집책을 가지지 않은 1인 사업자의 온라인섹스(BC세기의 폰섹스를 포함한다)가 합법화된지는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오피스텔이나 룸살롱 등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BC세기의 비합법적 성매매는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개정 형법 44조에서는 오프라인 매춘을 하다가 적발시 제공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무기징역 내지 영구추방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인관계라 할지라도,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부적절한 육체적 관계(키스, 손잡기, 포옹 등 연인간의 대부분 육체적인 행위가 포함된다)도 적발될 경우 역시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그럼 허가받은 곳은 어디인가? 시사와 뉴스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AC 11년에 있었던 정치인, 사회학자들간의 열띤 논쟁을 기억할 것이다.
집 이외에 시민이 숙식할 수 있는 장소는 오직 방역당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세이프텔' 밖에 없는 상황에서, (호텔이나 모텔 같은 민간 숙박업소는 AC 5년에 전면 페지됐다.) 연인들이 마스크를 벗고 떳떳하게 애정행위를 할 수 있는 장소 안에 상호 당사자들의 집을 포함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를 허용할 경우 무분별한 타인의 집 방문 행위가 다수 발생할 여지가 많고, 방역당국이 이를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공권력의 낭비가 우려되기 때문에 애정행위의 허가받은 장소에서 '집'은 제외됐다.
상황이 이리 정리되자 결혼하지 않은 연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아직 상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욕정을 참지 못해 결혼을 경행할 수는 없는 일이고, 방역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불법행위를 할 수도 없었다.
이에 따라 언제나 시민의 위생과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중앙정부는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방역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세이프텔을 연인들을 위한 장소로 저렴하게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어차피 오프라인 여행이라는 것은 과거의 비위생적인 유산이 됐기 때문에 외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다만, 완벽한 방역이 제공되는 세이프텔이라 할지라도 2인 이상이 같은 방에 거주할 때에는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막 타오르기 시작한 연인들에게는 다소 가혹할 수 있는 규정이었다.
그것은 연인 쌍방이 모두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지를 체크하는 기간동안은 각자의 방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문제될 것이 없는게 AC 4년에 등장한 획기적인 진단법으로 인해 코로나 검사후 14시간 이내에 육체적 관계 허용여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또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연인들은 추가 요금을 내면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투명한 벽으로 분할 된 '연인방'을 이용할 수도 있어서 이를 불평하는 시민들의 민원은 크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연인들을 위한 중앙정부와 방역당국의 훈훈한 배려는 감사하지만, 몇몇 연인들의 애정행각을 허용하기 위해서 전체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것이다.
방역당국의 조치를 의심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시민은 중앙정부 청원란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는데 이것이 50만 시민의 동의를 얻어 대처방법을 두고 중앙정부는 골머리를 썪어야 했다.
청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14시간 코로나검사는 신뢰도가 입증됐지만, 강도 높은 육체적 관계로 잠재해 있던 바이러스 인자가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청원인은 이와 관련해서 최근 SCI 논문에 게재 확정된 스위스 학자의 논문을 인용했다.
나. 기존의 세이프텔 이용객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공지되는데 반해, 연인들의 신상정보가 비공개로 처리되는 것은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한다. 왜 시민사회가 연인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하는가? 연인이 없는 사람들이 다수인데!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이 청원이 격렬한 지지를 획득한 조항은 나. 항이었다.
다행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연인들을 위한 세이프텔은 운영중이다. 단,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후 이용객은 현격히 줄었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연인들을 위한 세이프텔 공개 방침을 폐지해야 한다는 법개정안이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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