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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Sep 20. 2016

G

우리 둘을 두고, 셋이든 넷이든


1.

“난 여자 둘이랑 해보고 싶은데”

그런 말을 안 했던 남자가 몇 명이었더라. 손에 꼽히는 몇 명 빼곤, 남자들은 쓰리섬을 하게 된다면 FMF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 안에서 5분도 못 버티고 나와서 쓰러져 누운 채로 하는 말이라서 깔깔거리며 웃을지 말지 고민을 했다. 다른 남자의 알몸을 보는 것도, 닿는 것도 너무 싫다며 그게 전형적인 이성애자 남성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지만 알몸의 여자 둘은 어색하지 않고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쓰리섬이라면 어느 쪽이든 도전해보는 게 아니라 MFM는 절대 싫다고, 그러면서 여자 둘은 품겠다는 이기심 아니 이마저도 남자들의 심약함이 드러나는 대목이지 싶었다. 한 여자도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남자일수록 더 강렬하게 여자 둘을 원하고 있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역시 자기반성이 특별히 잘 안 되는 종이지.


레즈비언의 섹스에 생체 딜도가 된 느낌으로 자신이 마치 도구가 된 양 참여하길 원하는 남자도 있었고, 자신을 두고 경쟁하는 여자 둘에게 탐해지길 원하는 남자도 있었다. 남자는 FMF에 대한 자신의 열망을 정신없이 마구 털어놓고 나서 조금 민망했던지 내게도 그런 욕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둘이라니, 셋은 있어야지!”

남자는 나의 대답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한 명은 삽입하고 한 명은 펠라치오를 받는다 치면 나머지 한 명은 뭐해?”

저 저 저, 빈곤한 상상력하고는. 섹스=삽입이라는 공식으로 밖에 사고할 수 없으면서 페니스는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FMF는 왜 하고 싶은 거야? 와, 정말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구나.


FMF든, MFM이든 안전한 상대이기만 하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라서 FMF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여자를 데리고 오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남자가 어떻게 FMF하자고 꼬실 수 있냐며 여자인 내가 다른 여자애를 설득해서 데리고 와야 한다고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아주 배가 불러가지고 사리분별이 안 되게 되나보다. 내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무슨 헛소리를 하든 잘 들어주니까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일 모양인가. 밥을 차려주니 떠먹여 달라니.





2.

내가 MFM을 한다면 그건 나를 욕망하는 두 남자를 갖겠다는 탐욕스러움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내 순정을 증명하는 일이 될 거예요. 다른 남자의 몸을 느끼면서도 정신은 오롯이 당신만을 원하고 반응하죠. 당신에게 매달리듯 안긴 채로 다른 남자는 단순한 쾌락의 도구로 삼는 거죠.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내가 느끼는 만족감을 온몸으로 전할 거예요. 나는 당신이 지배하고 있어. 어떤 몸의 쾌락 앞에서도 지지 않을 순정을 증명해 보이는 일일 테죠.


쓰리섬의 또 다른 방식인 FMF를 당신이 바란다면 지금의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거예요. 앙투라지의 슬로안은 남자친구인 에릭의 판타지를 채워주기 위해 자신의 친구를 동원하지만 '삽입만은 안 돼'라는 규칙으로 에릭이 오히려 그 여자에 대한 열망을 품게 만들죠. 나는 그런 어리석은 방법은 쓰지 않아요, 당신이 원한다면 그녀를 채워도 좋아요. 하지만 내겐 넣지마. 그게 나의 규칙이에요. 대신 머리로 내 안을 상상해요. 당신의 페니스가 쪼여지는 그 순간을 되새김질해요. 그녀와 비교해. 절대적인 나를 기억해.


당신을 원하지만 그것을 얻을 수 없을 때 내가 얼마나 고통 받는지 지켜봐요. 어떤 아름다운 것이 내 옆에 있다하더라도, 부드러운 입술과 섬세한 손놀림을 가진 여자가 당신을 대신하려고 해도, 당신의 페니스가 아니면 소용이 없다는 걸. 무너지는 나를 제대로 지켜봐요.


우리 둘을 두고 셋이든 넷이든 다른 새로운 것들이 끼어든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어요. 오히려 더 증명하게 될 거야.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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