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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Aug 22. 2022

각자의 터널

우린 저마다 각자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후회와 미움으로 가득 찬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그 곳에 있을지 모르는 평온과 만족을 향해 끝없어 보이는 (때로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밤새 앓으며 놓쳐버린 많은 기회와 좋았던 것들이 떠올랐다. 잉여의 에너지가 생기면 종종 나는 작은 터널 들을 지나고 지나 겨우 다음 터널위에 서 있는 기분이 되고는 한다.

완전히 터널을 벗어나 영원히 행복한 만족이 내 앞에 펼쳐진다는것은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나긴 어두움과 질척이는 감정들의 시간들속에서 나는 아무 빛이나 따라 마구 뛰쳐 나왔지만 또 다른 터널이 내앞에 길고 검고 끝없게 기다리고 있다는걸 알았다.


터널안에는 때때로 작은 불빛들이 어둠속에 파묻혀 있던 기억들을 비춘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짙게 깔린 슬픔속에서 바스라질듯 연약하게 남아 있는 행복했던 흔적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어쩌면 죽음 앞에 서야 비로소 보이는 과거의 장면들을 꿈속에서, 무의식 속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능력일지도 모른다. 온 몸이 진흙속에 푹 잠겼다 다시 떠오르는 경험을 매번 하면서 나는 살아갈 날은 조금더 후회 없이 만들거라고 다짐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게 되니까 말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때때로 아름다운 시간과 공간이 나를 지나고, 앞으로 다가 오는 터널은 잊어버리고 그 곳에서 무한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마음이 단단해 진다는 것은 그 터널을 슝 하고 빨리 벗어나는 힘을 얻는 일같다. 영원히 헤맬 수 도 있는 그 터널속에서 누군가는 쉽게 헤쳐 나오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의미이다.


건강을 잃어서, 가진것을 잃어서 찾아 오는 길고 짧은 수 많은 터널들.

밤새 터널안을 헤매고 터널벽에 비춰진 장면들을 보면서 주저 않아 흠뻑 울었던 나를 달래주며 아침을 맞이 했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터널안에서 머물러 있지 않도록 내 손을 잡고 끌어 내주는 것도 나 자신이다.

자신에게 힘을 부여할 수 있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긴 터널 앞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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