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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Aug 22. 2022

걱정하지 말아요.

일곱살즈음 이었다. 부모님은 옷가게를 하셨고, 남대문 새벽시장에 일주일에 한번 다녀 오셨다. 오빠는 2층에 사시는 큰부모님 댁의 방을 쓰고 나는 아래층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었다.

매주 부모님이 시장에 가시는 날이면 새벽 한두시쯤 혼자 잠에서 깨서 불안과 두려움, 무서움으로 쏟아지는 잠을 겨우겨우 이겨내며 버티고 또 버텼다. 자고 있으면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내게 너무 커서 잠을 몰아내며 엄마가 올때까지 버텼다. 그러다가 아침이 오면 차가운 바나나 하나가 내 뺨을 스쳤고 화들짝 놀라 깨면 엄마가 내게 줄 바나나 하나를 얼굴에 대고 있었다.

어린아이였던 나는 그 바나나를 보자마자 모든 공포를 잊고 환하게 웃고는 했다.


스물두살, 또 스무여덟살즈음 내게 찾아 온 불면증이 그날들의 기억으로 각인된건 아닌지 의심해봤지만 지나간일을 탓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아직도 걱정과 불안이 찾아들면 나는 쉬이 잠을 못이룬다.

두시쯤 깨서 뒤척이며 여섯시가 넘어서야 까무룩 잠이 들고는 한다. 어린날에 내가 늘 떠오른다.

이십대의 나도 떠오른다. 잠을 못 이루던 기억들이 하나 하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듯 ‘걱정하지마, 괜찮아.’ 토닥토닥 나를 잠재운다.

일곱살의 나도 재우고, 스물두살의 나도 재워준다.

사실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아침을 기억해 내며 온갖 걱정으로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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