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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Sep 03. 2022

화내는 것이 아니라 울고 싶은 거야.

화는 슬픔의 증거




최근  달간 매일같이 화가 나서 견딜  없었다는 오빠의 말을 듣고 

나는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울고 싶은 거야.”라는 말을 해주었다.

곧이어 강한 긍정의 대답이 이어졌다.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우는 것을 남자 답지 못하다.라는 말로 억압당한다. 슬프면 울어야 해소가 되는 마음의 응어리를 품고 살자니 화가 되어 분출되는 것이다.

여자들도 눈물을 참으면 그게 화가 되기 십상이라 화내는 사람들을 보면 울고 있구나. 하며 이해하려 한다. 물론 나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화는 화로 갚아지기 마련이지만, 여유가 그나마 생겼을 때 그들의 마음이 눈물로 터져 나올 듯하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한다.


눈물은  뿌리가 깊다.



당장의 일로 스트레스받아 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계속 품었던 슬픔들이 쌓이고 쌓여 비를 머금은 구름 같은 형태가 되는 것이다.

화내지 말라는 말 대신 울지 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순간, 마음이 녹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에게  화가 나있던 것처럼 느껴진  사람도 사실은 울보였는지 모른다.


눈물을 참기를, 아무렇지 않게 묵묵히 살기를 강요당했던 어린 시절부터 울고 싶던 그 어린아이는 눈물의 뿌리를 키워 왔을 터이다. 그때도 이해하려 했지만 내 마음속의 화도 그 사람의 화 못지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눈물과 화로 언제나 충돌하였다.


어린 시절 극기훈련의 마지막 날은 늘 캠프파이어와 촛불 의식이 있었는데 부모님 생각에 엉엉 울며 단체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사람들은 함께 울며 마음의 시원함, 스트레스의 해소 - 그동안의 고마운 것들을 경험했다.


엄마와 며칠씩 실랑이를 하다 크게 싸우고 같이 엉엉 운날들이 생각이 난다.

우리는 그렇고 나면 앙금 있던 마음을 씻어 내리고, 개운해진 기분으로 서로를 이해하고는 했다.

싸움의 끝에는 눈물이 있었고 그 눈물을 보이고 나면 솔직해 지고는 했다.


사람들이 가끔씩 같이 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화를 내고 침묵 속으로 도망가지 말고, 여자는 울면서 감정만을 내세우지 말고 서로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실은 정말 힘들어. 라며 서로를 위로해주면 얼마나 편할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눈물 흘리는 날이 없어지는 나에게도 괜찮다고, 울어도 된다고 말해줘야겠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나의 화를 식히기 위한 눈물도 있으니 운다고 초라해지거나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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