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드나잍호텔 Sep 21. 2022

정성을 다해서

하는 일은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줘요.


지난주 일요일에는 비누를 만들어 봤다. 처음 만드는 거라 쉽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일단 재료부터 구비해서 책을 보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만들었는데 핸드블렌더가 뜨거워지도록 돌려도 비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매달려 봤지만 트레이스가 올라오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값비싼 재료들을 모두 버리게 되었다. 원인 분석을 하기에도 너무 초짜라 이유를 몰랐다가 이럴 수가- 가성소다가 아닌 베이킹 소다를 넣고 만들었던 것이다! 재료상에서 얻은 소다는 가성소다가 아니었다.


유튜브 동영상을 돌려보고 하다 보니 내가 만드는 과정에는 없었던 물과 소다가 만나 온도가 빠르게 고온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있어서 다시 소다의 봉투를 봤더니 베. 이. 킹. 소. 다.라고 적혀 있었다.

재료상 직원분의 혼동으로 빚어진 참사였으나 제대로 몰랐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천연비누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도 예약하고 다시 비누를 만들어 보려고 준비물도 주문했다. 유튜브에서 천연비누를 만드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다시 찾아보다 보니 한 유튜버의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는데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드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손수 만들고 갖가지 실험을 해보면서 즐거움이 영상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저렇게 정성과 즐거움이 가득 담긴 비누는 어떨까? 얼마나 좋을까? 궁금해졌다.


​사람의 일에서 정성이 깃든다는 것은 감동을 일으킨다. 강한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고 만족하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일이다. 아주 간단한 요리를 만들 때에도 아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릴 때에도 정성이 한 스푼 담기면 받는 사람의 마음은 행복해진다.

인정받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방을 생각해서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하면 별것 아닌 소박한 것에도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정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라고 한다.

정성을 들여 무엇인가를 한지가 언제였지?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조카의 밥을 준비할 때 아주 작지만 사랑스러운 정성을 들였었다. 정성을 들일 때의 마음은 몸을 따뜻하게 데운다.


가슴 안에서 부드러운 온기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이 나를 먼저 치유해주고 화를 가라앉히며 스트레스를 녹인다. 정성을 다해서 하는 일-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을 쏟는 일- 한동안 잊고 지낸 신비로운 그 체험. 그 유튜버의 조심스러운 손길을 보며 나의 정성스러움을 제대로 꺼내 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살면서 감동받은 순간들에 늘 다른 이의 정성이 있었다.


정말 대우받는 느낌 사랑받는 기쁨은 정성 속에서 나왔다. 늘 결론은 아이들에 대한 생각인데, 정성스럽게 키워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대충 해치운 듯했던 아이들 뒤치다꺼리도 정성스럽게 힘을 들여야지 마음먹는다. 글을 쓰면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되새기는 시간들이 일상에 들어온 요즘 무엇보다 정성을 들이는 일은 나와의 대화이다. 모든 것은 나를 챙기고 붙잡고 다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니까 잊지 않게, 생활의 고단함에 휘둘리지 않게 꾸준히 성실하게 만들어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다정하게 말해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