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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Sep 20. 2022

다정하게 말해줘요.

나를 일으키는 다정함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다정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다정한 말 한마디였다. 차가운 표정과 경직된 말투로 상대에게 불필요하고 성가신 존재로 살아가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도저히 발 붙일 곳이 없이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냉정한 태도는 삶의 의욕마저 꺾어 버린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 별로 달라질 것이 없는 생활 무기력과 자책의 시간들로 보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늘 누군가 내게 냉담하게 대하면 쉽게 상처받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이건 저 사람의 기분일 뿐이야.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여 주지 않으면 좀처럼 면역이 생기지 않는 부분이다.

​어린아이들에게 냉담한 부모는 추운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 홀로 서있는 느낌을 준다.

벌을 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고 내가 부족해서 상대방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는 자라서 똑같이 냉담하고 혹은 파괴적인 성향으로 누군가를 대한다.

고착된 생각은 영혼을 갉아먹고 어지간해서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안정과 자연스러움, 잔잔한 따스함과 행복을 뒤로하고 쾌락에 매달리는 일이 많아진다.

​나긋하고 따뜻한 어조로 나를 대해 준 사람들을 떠올렸다.

다정다감함은 사실 위험한 신호이기도 한데 다정함을 무기로 내게서 무엇 인가를 착취하려는 숨은 악의가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 수록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파악하게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정한 말 한마디는 내게 너무 치명적이다.

그래도 순도 100%의 고마운 마음을 만날 때 우리는 일어설 수 있고 얼었던 몸을 겨우 녹일 수 있다.

무심하고 냉소적인 말들 속에서 파묻혀 살다가도 따뜻한 그 말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이들에게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아이들의 마음이 얼어붙지 않게 누군가에게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말이 주는 상처와 구원 속에서 오랜 시간 방황했던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 될 것 같다. 잔잔한 정에 목말라 배회하지 않는 영혼으로 키우고 싶다.

내게 상처 주는 사람에게도 다정하게 말해줘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용기- 마음의 힘-

모든 부정적인 말들 속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는 건강함-

부디 나에게도 나와 스치든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런 힘이 생겨나는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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