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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Sep 22. 2022

주 4일

만 일하는 그날까지



sns에 올리기 좋은 예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 셀프 카메라가 잘 나오는 조명, 예쁜 그릇에 더 예쁘게 플레이팅 돼서 나오는 음식들- 핫플레이스로 올려지는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어제 다녀온 가게는 인스타에 올릴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맛’ 그리고 음식에 대한 ‘정성’ 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쁜 가게에 중요한 핵심이 없으면 어느새 손님을 뚝 끊긴다.


연희동에서 내가 운영하던 가게 양보는 튀지 않는 인테리어와 서투른 요리실력으로 초반에는 혹평을 면치 못했지만 아빠에게 배운 돈가스 소스 비법 덕분에 제법 장사가 잘되었다.

그때에는 최선이라 선택한 결정이 나의 첫 가게와의 작별을 하게 했으니 아쉬워도 아쉽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게 됐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때의 그날들이 그 음악들이 또 나를 찾아 주던 손님들의 다정함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저마다 새드 스토리를 품고 살아간다 지만 나의 슬프고도 아련한 이 감정은 다시 손에 쥘 수 없는 시간들에 있다.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은지 오래된 마음의 자세라 결국 나 자신에게 아쉬움을 돌린다.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이런 방법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곧 지금 이대로의 현실의 감사함도 생각한다. 어제는 친구와 미래 소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주 5일도 많아, 주 4일만 일하는 거야. “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면 주 4일 일하는 사람으로 살자. 하고 궁리를 한다.

매일 노는 건 적성에 안 맞기도 하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주 4일 일하면서 주에 3일은 쉬거나 여행하고 재밌는 것을 하는 거야. 라며 후일을 기대해봤다.

평생 죽을 때까지 하기 싫은 일만 하다 일생을 보냈던 전 세대에 비해 우리는 그래도 극한의 노동에서 많이 벗어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전 세대보다 더 불행한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빈부격차는 표면으로 올라 와 누구나 빈과 부의 삶을 여실히 보게 되었고 남과 비교는 더 심해졌으며 자본주의는 극에 달해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게 돼 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잡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매일 방송에서, 핸드폰 화면에서 보다 보니 스스로의 삶이 불만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비슷한 생활수준의 사람들과 어울려 한동네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먹거리를 먹으며 살았지만 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세상에서 나만의 행복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내가 잘하고 있는 일 같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행운을 갈망하지 않고 내 힘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이후의 인생은 지금 내게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해 준다. 주 4일만 운영하는 가게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매일 좋은 커피와 차를 마시며 오는 손님을 정성으로 맞이하고 만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

어떤 사람은 주 4일 식당일도 버거울 수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단련되어 왔고 앞으로 10년간 단련될 나에게는 휴식 같은 일상이 되리라고 기대했다.


결국 지금의 시간들이 내 계획을 만족시키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요리를 공부하고 더 맛있고 훌륭한 음식들을 맛보러 다니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있는 식기류와 인테리어를 찾아가다 보면 정말 마음에 흡족한 나만의 가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했던 첫 가게에 대한 애석함은 뒤로 하고 생각보다 빨리 흘러 버리는 세월 위에 꿈을 지어가기로 한다. 일단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는 주 4일- 주 4일 일해도 충분히 먹고살고 만족스러운 가게 운영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나는 행복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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