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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Dec 03. 2022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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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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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큰아이 패딩 점퍼를 새로 사줬다. 이제 나이가 있어 원하는 스타일, 원하는 브랜드가 생겨버려서 내 취향대로 사 입혔던 시절은 지나가버린 듯하다.

뜨거운 여름이건, 추운 겨울이건 밖으로 쏘다니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따뜻하게 챙겨 입히지 않으면 금세 기침을 달고 들어와 밤새 콜록거리는데, 아이들의 기침소리만큼 엄마들을 괴롭게 하는 소리도 없다. 바람 한줄기 새어 들 틈 없이 무장시켜 나가니 마음이 편해졌다.  

겨울이면 마음의 빈 공간에도 차가운 바람이 휭휭 들어 찬다. 잠깐 울기라도 하면 금세 얼어버릴 듯 새 차고 추운 바람이- 목도리를 둘둘 말아 목을 감고 매몰차게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아 본다.

오늘은 일주일, 열흘 정도마다 하는 김치 담그는 날이었다. 우리 가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가장 힘든 일이다. 그제 주문해 둔 핫팩을 엄마 아빠, 이모의 등과 배에 딱 붙여드렸다.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 주는 일이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장 피하고 싶은, 번거로운 일을 저마다의 깜냥껏 대치하며 살아가는 거니까.  점심 장사를 끝내고 마지막 과정에 자발적으로 투입되어 일을 도와주어 빠르게 마무리 시킨다.

고되다고 생각하면 고되기만 한 일이 되지만- 언제든 나는 하기 싫은 일 앞에서 도망쳐 살아왔었기 때문에 이번 만은 맞붙어 다음 챕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인 김치 담그는 일을 해도 할 만해졌다. 마치 여전사처럼 커다란 칼을 휘둘러 거대한 무를 단번에 토막 내는 엄마의 기세는 아직 꺾이지 않았고 지금의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다는 마음뿐이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도 커지면 당연히 해 낼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고 보니 지난주와 이번 주는 굉장히 추웠고, 나는 여러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아이에게 외투를 사주고, 식구들에게 핫팩을 붙여주며 물리적으로 그들을 따뜻하게 해주었지만 결국 마음도 따뜻해졌으리라- 갑자기 차가운 내 손을 호호 불어 주며 어루만져 주던 어린 시절의 다정한 친구도 머리에 스치듯 생각이 난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던 작은 인연이었는데 -


생각나는 것을 보면 따뜻함 이란 것의 여운은 오래도 가는구나.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또 따뜻한 곳으로 파고드는 그런 계절이 앞으로도 두 어달 남아 있다.

이제서야 시작되는 추위를 마주하며…따뜻하게. 사람을 대해야지. 내 마음도 따뜻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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