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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Feb 27. 2023

아직은 추워.



볕을 등지고 앉아 있으면 등이 더워지는 것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봄이 담을 넘어 들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햇빛에 데워진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서며 얇고 가벼운 겉옷을 입는다면 외출하는 동안 내내 오돌 오돌 떨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나는 잘 알고 있지.  


그래도 패딩은 빠르게 손절하고 싶어서 멋 내기용 외투에 손이 가니깐 여기서 등장해 줘야 할 아이템은 바로 스카프. 목을 훤히 드러낸 옷을 입고 있어도 귀여운 사이즈의 스카프 한 장 이면 충분히 오는 감기의 절반 이상은 막아낼 수 있다.


맨 다리로 한 겨울을 달리던 하이틴 시절과 내세울 것은 체력뿐인 이십 대 시절을 지나며 나의 옷장에는 스카프나 머플러가 한자리 차지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오후에는 스카프와 장갑으로 바람의 스며듬을 막아 가벼운 외투를 입어도 끄떡없음을 자랑할 수가 있게 된다.


이쯤 되면 스카프 구입처나 해당 링크를 여기에 걸어도 좋을 판이지만, 사실 오늘의 포인트는 나이 들어 알게 되는 것들 중에 하나.라는 거-


수많은 아줌마들의 패션이, 헤어스타일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어가고 그 쓰임이 절절히 다 와닿는 이해가 되는 그런 계절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직은 추워.라며 나의 철 안 든 옷차림을 불러 세우며 잔소리를 했던 사람에게 이제는 내가 아직은 추워. 목에 뭐라도 두르고 나가.라고 당부한다.


찬바람이 쌩쌩 불어 들어와도 외투의 지퍼를 잠그지 않는 어린 딸에게 지퍼를 올려 여며 주는 것도 이제 나다. 멋보다는 실용성이 내 삶에 깊숙이 들어온다.


새로운 계절, 또다시 돌아온 봄의 기운. 알아차리지 않으면 쉽게 흘러갈 많은 것들.


집을 나서며 스카프를 두른 내 모습을 보며, 오늘도 순간을 수집해서 우표 모으듯 모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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