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현실에 자꾸 일어나지 않을 상황들을 상상하며 그게 최악이든 최선이든, 맞든 틀리든, 현실도피와 합리화만 실컷 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체념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무엇 때문인지 나는 늘 현재보다 과거에 집착했고 아직 오지 않을 미래에 마음을 집중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늘 지난한 과거에 발목 잡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나를 괴롭혔던 과거의 일만을 더욱 상기시키다 보니 그게 지금도 일어난 일처럼 생생했다. 그 통증은 현실까지 침범해 오늘의 기분을 망쳐놓기 일쑤였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나를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움만 커졌다.
더 나아가 오지 않을 미래까지, 일어나지 않을 일들까지, 혹시나 하는 일까지 미리 지레짐작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움츠러든 상황에만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크게 이루지 못한, 발전 없이 사는 것 같은 초라한 내 모습이 더욱 부각 됐다.
이참에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생존법처럼 딱 하루치만 온전히 생각하고 살아보기로 했다.
오늘 있었던 일들에만 집중해보려 한 것이다.
나는 오늘 아이와 좋아하는 라면을 파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었고, 간식과 달콤한 과일도 잘 챙겨 먹었다. 강아지와 산책을 했고 빌려보고 싶던 책도 도서관에서 대출했고 별 탈 없이 저녁을 마무리했다.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안정적인 하루를 만들어줬다.
과거를 곱씹지 않고 미래를 앞서 걱정하지 않고 오직 눈앞의 하루에 집중하자 단순하게 행복해졌다.
잠들기 전에는 내일 먹고 싶은 걸 생각하고 보고 싶은 것과 꼭 해야 할 것들만 미리 리스트에 넣어두는 것도 내일을 설레게 기다리면서도 부담 없이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다.
많이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지금까지 수많은 밤을 생각으로 지새웠지만 그럴 때마다 근심만 늘었을 뿐 내 수면과 생활에 도움이 된 적은 없었다.
단순하게 하루치만,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희망과 긍정의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보자.
그러다 무언가 닥치면 어떡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뭐 어때.”
어차피 일어날 일은 내가 걱정하든 하지 않든 반드시 일어난다. 그때 가서 걱정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딱 하루치의 행복들로 나를 채우자.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