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팁

by 한밤

살다 보면 어떤 날은 문득 “아, 이게 인생이지.”하는 순간이 번쩍하고 찾아온다.

그런데 그런 순간은 대부분 계획했던 일에서 오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찰나의 장면, 뜻밖의 대화, 무심히 스쳐 간 풍경 속에 숨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인생은 살아갈수록 더 모르는 미지의 세계라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장담은 기어이 깨지고 더 불행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불행은 우리가 안다고 믿는 그 삶의 오만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제야 비로소 왜 겸손해야 하는지를 인생에게 천천히 배우게 된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틀어질 계획을 짜고 또 짠다.

어쩌면 예측할 수 없기에 더더욱 통제하고 싶어지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그런 나를 자주 비껴간다.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을 체념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어쩌면 아이처럼 겁 없이 세상을 놀라워하라는 신의 깊은 뜻일지도 모른다.

성경에도 어린아이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이 있다.


고통이나 절망이 예상치 못한 불행처럼 다가올 때면 나이가 들어서도 펑펑 울게 된다.

반대로 사랑이나 기쁨, 축하 같은 일이 문을 두드릴 때면 몇 번을 겪어도 또다시 즐거워진다.

그래서일까. 죽는 날까지 우리는 인생을 처음 마주하는 어린아이처럼 대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더는 새로울 게 없다고, 인생 별거 없다고 지레 한탄하기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 눈을 감는 날까지

소소한 것에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와, 이런 것도 있었네?”

“이건 또 뭐지?”

그렇게 익숙한 것 안에서도 다시 놀라고, 그러다 보면 몰랐던 걸 새로이 발견하고,

조금 서툴게 곱씹고 감탄하면서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안다’는 착각 없이‘모른 채’ 살아가는 그 태도가 불행이 넘실대는 삶 속에서도 끝까지 행복할 수 있게 지켜주는 깜짝 선물 같은 삶의 팁이 되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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