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by 한밤

나는 상대방을 투명하게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건 그의 유책을 알고 난 였다.

상대방의 학교, 직업, 나이, 가족관계, 취미, 신체 사이즈를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아는 건 아니었다.

정작 그의 마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오직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를 안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고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으로만 해석했을 뿐이었다.

그 오역조차도 틀리지 않았다고 발버둥 치며 내 세계의 중심에 억지로 그를 두었다.

어쩌면 나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 자신마저 오해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결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한 번만이라도 온전히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모든 걸 깨부수고서라도 반대편에 서 보고 싶었다.

그건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된 생각은 아니었다.

처절하게 괜찮아지고 싶은 나의 이기심 때문이었다.

평생 이해하지 못한 마음을 걸리적대는 돌멩이처럼 품고 사느니,

온전히 이해해 버림으로써 미련 한 톨 남지 않는 남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상대방을 말갛게 씻어 내가 허락할 수 있는 모습으로 고쳐 놓고 싶은 오만한 욕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결국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헤어지는 마당에도 상대방이 했던 말들이 진심일까 봐 갈등했다.

결혼생활 중에도 내내 불행했으면서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무책임한 말, 영원히 함께하자는 허황된 약속. 선거철 정치인들의 약속에 기댄 유권자처럼 어리석게도 그 말을 붙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허를 찔린 어리석음은 더욱 또렷해졌다.

내가 꿈꾸던 것들은 그와 함께일 때는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다들 결혼이란 이런 건가 보다, 다들 이렇게 사나 보다.’ 하며 무기력했었다.


어쨌든 나는 상대방이란 사람을 잘못 알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해보았다.

것이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기 쉬운 일이었음을 알게 됐지만, 안 한 것보다는 낫다고 여긴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그 위선에 부서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드디어 내가 내 삶의 중심에 ‘나’를 놓았다는 증거 같아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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