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반차를 내고 가게 된 여행은 시작과 함께 어그러진 듯이 보였다. 내가 전날 숙취와 점심의 호탕한(?) 해장술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평범한 약속'과 함께 시작되었다. 선배와 함께 간단하게 국밥을 클리어하러 갔지만, 술을 좋아하는 선배는 밥이 나오는 타이밍을 못참고 술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회사일로만 물든 약속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였는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심도한 토론이 이어졌고 나는 거기에 나는 술술 입을 뗐다. (나는 사람을 잘 믿는 편이라서 누군가 물어보면, 거짓말을 못하고 솔직하게 얘기하곤 한다. 나중에 이불킥을 하며 후회할 때가 다반사다 ㅜㅜ) 후배의 재미진 연애(?)썰에 어느새 테이블에 소주가 세병이나 쌓여있곤 했더랬다...(우리회사는 점심 술에 관대하다)
'나는 어차피 반차니까'라는 해방감에 술을 마셨다고는 해도, 그 선배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술을 그렇게 마신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무려 여행을 가는 차 안에서 내내 잠들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점심시간에 술이 떡이되어 와 차안에서 내리 잠을 자는 나를 보고도, 아무말도 안한 그의 아량에 한없이 감사함을 느낀다.......(ㅋ)
그는 여행 루트도 훌륭하게 짜왔는데, 정취좋은 카페에서 아이스라떼를 마시니 어느정도 숙취가 해소되는 듯 했다. 사람 없는 카페의 앞에는 강이 펼쳐져있었다. 한없이 흐르는 강물 위를 중년에서 노년 사이쯤 되는 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갔는데, 그게 그렇게 멋져보였다. 흐르는 적막도 어색하지 않은 채, 시간이 멈춰버린것만 같았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 고기를 먹으러갔다. 갈비가 유명한 지역이었던것 같은데 근처 갈비 맛집으로 갔고(이것도 그가 찾아왔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여기서도 술을 시켰는데, '왠일로 술이 잘 들어가네'라고 말하는 그의 앞에서 나는 (또 다시) 술이 잘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와 우린 강앞에서 앉아 맥주를 깠다.
여기서부터는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가물가물하지만 토막난 기억 사이 선명한 몇개의 말들이 있는데, '평일에 네가 계속 생각난다' '과거엔 그런적이 없어서 당황스럽다‘ 등과 같은 말들이었다. 순간은 좋았던 말들이지만, 이런 말들과 대치되는 애매한 관계는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깊어가는 밤의 어딘가, 흘러가는 강물 앞에서 이 관계는 삐걱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