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애인이 되는건가 했던 나날들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는 지속됐다. 어느날은 세상 더 깊을 수 없을 것 같은 연인이 되어 서로의 가정사까지 얘기하다가도, 같이 있는 시간이 끝나면 한없이 서로에게 무정한 둘이었다. 연락 한통 안하는 사이.
둘의 대화는 마치 깊은 바다속 하나의 빛줄기 같았는데, 평일이란 긴터널을 지나 만난 주말에는 한없이 반짝이는 대화를 해댔다. 지금까지 몇차례의 연애를 했지만 그동안의 연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과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그랬기에 어쩌면 나는,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이 관계를 쉽게 놓치 못했나보다.
장거리 연애로 인해 주말에만 보면서도 평일에는 연락 한통 없는 그였는데, 다른 사람이었다면 가차없이 차단을 박고 머리속에서 지웠을것이다. 하지만 만날때마다 비혼주의자가 된 이유. 일을 그만두기 위해 돈을 최대한 많이 벌고 싶은 것. 과거의 연애에서 느낀점 등을 들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차츰 신뢰가 쌓였다.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는 서울 내 유명 사립대를 나왔는데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꿈이 있었다.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4년 간 유지했고 그렇게 원하는 직업을 얻었다. 말이 쉽지 다들 축제에 미팅에 술마시고 놀 때 그는 공부만 한것이다. 웃긴건 그렇게 어렵게 손에넣은 직업을 2년만에 그만두고 현재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들어가놓고 그만두기 너무 아까웠을텐데..' 라는 생각을 반복하는 나였다.
반면 나는 정반대였는데, 고등학교 때에는 무슨과를 가야할지 헤맸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날은 국제기구에서 일을하고 싶다가도, 어느날은 광고 회사에 다니고 싶고, 또 언젠가는 대학원을 가고싶기도 했다. 그래도 어찌저찌 일명 취업을 완수하고, 누군가의 말에 빗대면 '사대문 내에 대감집 노비'로서 밥벌이는 할 수 있게되었다. 대단함을 꿈꿨지만 객관화해서 보니 평범함에 아주 가까운 현실이었다.
여름이 부쩍 다가온 어느 주말, 그의 말에 내안에선 혼란의 차원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는데..그가 대뜸 “우리 다음주에 여행갈래?” 라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