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썸남은 어디로 갔을까

청춘의 경솔함은 무죄다?

by Nova G
그런 호감을 키우는 게 얼마나 경솔한가에 대해 말해주기로 결심했다.
205p.-민음사


빙리가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없이 제인에게서 멀어졌다.

위컴 역시 리지에게 그렇게 다가오더니, 어느 순간 슬그머니 사라졌다.


남녀 사이에서 이런 일은 예나 지금이나 비일비재하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고,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종적을 감춰버린다.


그래, 꼭 말해야 하나?

이러이러해서 너와 다시 멀어지고 싶다고, 상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떠나야 하나?

그래서 남녀의 이야기에는 늘 추측이 난무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런 호감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경솔한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허나,

그런 게 또 청춘 아니겠는가.



나에게도 그런 남자가 있었다.

그렇게 싫다고 말했는데도 끈질기게 다가오던 사람.

말을 참 유난히도 예쁘게 하던 사람.

이 사람 없이는 일상의 호흡이 안 되겠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늘 내 곁에 있었다.

물리적으로 가까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기에

그는 더 자주 연락했고, 더 사소한 안부를 물어왔다.

늘 내게 “행복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으니,

결국 내가 넘어가지. 안 넘어가고 어떻게 베기나.


연인이 되기로 한 지 2주 만에 내 해외 출장이 잡혔다.

그때의 나는 출장 전 주말까지 회사에 출근하던 워커홀릭이었고,

그는 늘 우리 회사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도착해 잘 도착했다는 이야기와 몇 마디 달콤한 대화를 나눴다.

내가 한사코 말려도 귀국할 때 공항에 나와 있겠노라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 뒤로

나는 그를 다시 볼 수 없었다.


주변에서는 말했다.

네가 출장 간 사이 바람을 피운 거라느니,

처음부터 그럴 계획으로 너에게 접근한 거라느니,

그런 쓰레기는 잊으라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그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는데.


헤어진 남녀 사이에는 ‘2주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말을 믿으며 —2주 안에 헤어진 남자한테 반드시 연락이 온다는 법칙— 나는 기다렸다.


2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그때부터 그를 잊기 위해 나는 책만 읽었다.

(물론 초반에는 술만 퍼마셨다.)


연락이 다시 온 건 두 달 후였다.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그 뒤로도 한 달, 혹은 두 달 간격으로 그의 연락이 이어졌다. 나를 설레게 했던 이는 온데간데없고 시끄럽게 핸드폰만 울릴 뿐이었다.



제인을 보면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엘리자베스는 그 시절,

이러쿵저러쿵 추측을 만들어내던 내 친구들 같다.

제인과 빙리의 관계가,

그리고 리지와 위컴의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그들의 사랑 이야기와 감정의 줄다리기,

태연한 척하면서도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는 모습이

귀엽고, 조금은 부럽다.


참 많이들 경솔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그 시간을, 그 경솔함을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사랑은 언제나 신중함보다 한 발 앞서 도망치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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