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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메이징 그레이스 Jan 23. 2023

요즘 세상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

[나의 친구들] 육아선배 친구들

꽤 지난 일이지만, 친구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잠시 생각이 많아졌었다.
중학생 아들에게 큰마음먹고 백화점에서 고급 브랜드의 잠바와 슬리퍼를 사 줬는데,
왜 그런지 후질후질한 큰 집업만 입고 다니더란다.
그런 아들을 보 이 더운 날 왜 굳이 저러고 다니는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새로 산 잠바 입고 다녀"라고 말만 하고는 다른 잔소리는 참았다고 했다. 설마 잃어버렸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여행준비로 짐을 챙기다 보니 잠바가 아예 없더란다.
일하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아들에게 잠바의 행방을 물어보니, 바깥에서 놀다 벗어서 잠시 어딘가 걸어놓았는데 누가 가져갔다고 했다.
한숨만 나더란다.
슬리퍼도 며칠 안돼서 찢어와서 가슴 아프게 하더니 이번엔 아예 잃어버리고 말을 안 하다니...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만약 그때 아들이 옆에 있었으면 뒤지게 때렸을 거라고 했다. 심각하게 글을 보다가 이 대목에서 웃고 말았다. 절대 그럴 성향의 친구가 아닌데 그런 모습을 상상하니 웃겼다. 한편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 '중학생 아들을 키우기가 만만치 않구나' 하고 생각하며 대충 나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글이 더 놀라웠다.
이렇게 짧게 기록하며 화를 풀고 저녁에 집에 들어가 아들을 만나면 조심하라고 한마디 하고 화내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것이다.
못되고 나쁜 어느 누가, 입고 있는 잠바를 뺏어가 괴롭힘 당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단다.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다행이라고.
그리고 퇴근길에 같은 옷 하나를 다시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역시 글쓰기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 이처럼 조용조용한 성격의 친구가 아들을 '뒤지게 때렸을 것 같다'는 마음 상태를 가라앉혀 주는 힘.
두 번째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다. 물건을 잃어버려 속상함도 잠시, 아이에 대한 걱정이 속상한 감정을 덮어 버렸다. 잠바만 잃어버리고 아이에겐 별일 없던 것이 다행이라는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이런 걱정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된 걸까.

그 후, 다른 친구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초등학생이 된 아이를 돌보다 보면 정말 내 시간이 너무 없어 또다시 육아 우울증이 찾아왔다며 하소연을 했다. 사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일이 고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학원 차량에 맡기거나 스스로 다니게 두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건데 아직 경험이 없는 나는 이렇다 할 조언을 할 수가 없어 얘기를 들으며 함께 걱정만 할 뿐이었다.

이제 우리 큰 아이도 곧 초등학생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떠올리면 걱정이 밀려오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예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때가 되면, 이 모든 게 그저 기우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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