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늘 곁에서 나를 기다린다
저녁 시간은 늘 전쟁 같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공부와 숙제를 함께하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수학만큼은 내가 꼭 함께하고 싶어 곁에 앉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이의 짜증을 받아주다 어느 순간 나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러면 아이는 금세 서럽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 사이, 둘째는 조용히 그림자처럼 물러난다.
저녁마다 엄마를 오롯이 오빠에게 내어주고, 큰소리가 오가는 거실 한쪽에서 눈치를 보다가 이내 방으로 들어간다.
좋아하는 그림책 하나 못 읽어주는 날이 얼마나 많은지.
큰아이와 겨우 잘 준비를 끝마쳤을 때쯤, 둘째는 이미 꿈나라에 있다.
침대 맡에는 그림책들이 흩어져 있다. 아마도 혼자서 엄마가 읽어주던 기억을 더듬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짚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으리라.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짠해진다. 뺨을 살짝 부비며 “사랑해” 하고 속삭이자, 아이는 잠결에 웃으며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한다. 그 말 한마디에 무거웠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안도감이 번져온다.
잠시 후, 큰아이도 금세 잠든다. 내일이면 또 나보다 먼저 일어나 활짝 웃으며 엄마를 깨우겠지. 그 모습을 떠올리니 다시 미소가 번진다.
전쟁 같은 하루였지만,
행복은 늘 이렇게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