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봄 Mar 28. 2022

Epilogue. 내가 만난 다정들

나는 다정에 약하다. 내 상식 안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말 그대로 인류애가 상실되는 나날들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다정에 맥을 못 추고 스르륵 녹아버린다. 어쩌자고 내게 이리 다정하신가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앞으로 쓰게 될 다정들은 뇌리에 강하게 남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혹여나 잊어버릴까 후다닥 핸드폰 메모장을 켜 기록해 놓은 것들도 있다. 어느 쪽이던 내가 일상을 바라보는 데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마음이란 건 (많이 양보해)열 번은 넘게 욕이 쌓여 꽉 막힌 느낌이 들다가도 한 번의 다정으로 누그러지는 단순한 구석이 있다. 내가 만난 그 다정들에게 변변찮은 감사를 전한다. 그 덕에 내가 안녕히 지내고 있으니 그들도 그랬으면 한다. 며칠 전 들은 아주 근사한 인사말에서 본 문장이다. '자주 행복하세요'.

'자주'를 사전에 검색해보니 유의어로 '빈번히 / 수시로 / 매번' 등이 나온다. 쉬우면서도 그렇지 않아 보여 괜히 몇 번을 더 읽다 보니 눈에 익어버렸다.

빈번히, 수시로, 매번 행복하시기를.


많을 다(多)에 뜻 정(情). 발음부터 둥그스럽다. 다정의 유의어를 찾아보자면 무엇이 있을까. 적어도 나에게 다정은 단순히 예쁘게 말한다거나, 상대를 배려한다거나 하는 단순한 무언가가 아니다.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있는 특정한 행동이나 말이라기보다는 더 포괄적이고 넓은 의미로 다가오곤 한다. 똑같은 행동과 말을 다른 사람이 베껴 따라 한다고 해서 그리 느껴질 수 없는. 그렇기에 내가 만난 다정들이 귀하고 달갑고 몸이 배배 꼬일 정도로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