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타임 워프

by 오뉴월의 뉸슬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는 폐고혈압 진단을 받기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으로 돌아가서 나는 엄마, 아빠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것이다. 내가 여행한 나라는 중국, 미국, 앙코르와트 밖에 없는데, 병에 걸리고 나니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많이 돌아다녔을 걸.'하며 후회했다. 몸이 불편해지고 배운 한가지는 그 때 평범하게 했던 것들이 지금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나는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족끼리 바다에 놀러가도 나는 호텔 방에 누워있었다. 물놀이를 하고, 산을 등반해 엄마 아빠와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겼던 일, 왜 지금은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각날까.


학업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걸 중요하게 여길 것 같다. 이제는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가장 후회되는 것은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함께 논 기억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기 바빴던 나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했다. 엄마는 내가 단짝 친구들과 함께 슬립오버도 해봤다는 데, 나는 엄마가 학원을 가야 된다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나를 끌고 갔던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함부로 집밖을 나설 수 없는 지금의 나에게 또래 친구들과의 소통은 중요한 게 되버렸다.


그렇지만 누가 타임머신을 발명해 과거로 가게 해준다면 손사래를 치며 싫다고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도 없고 미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뒤바뀌어버릴 텐데, 나는 그 시간들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폐고혈압은 내가 막을 수 없는 미래일테니까 억만금을 줘도 필요 없다고 할 것이다. 희귀병 이후의 삶은 나에게 너무 가혹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병이란 감옥에 갇혀있던 삶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희귀병이 걸리지 않는다는 미래가 보장된다면, 나는 내 인생이 모조리 바뀐다고 해도 뛰어들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 않은가.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타임머신을 동경했던 과거는 옛말이다. 이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힘들었던 지난 날들은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거름이 되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최상은 아니지만 또한 최악은 아니니까. 나는 내가 아득바득 살아온 시간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고 싶다.


과거의 나에게 메세지같은 쪽지를 전달 할 수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고맙다. 있는 힘껏 버텨왔다는 걸 안다. 수고 했다. 5년만 지나면 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이다. 허무맹랑한 꿈같은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나는 절망에 잠긴 너를 추억하며 살고 있다. 너는 그게 무슨 소리라며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이다. 몇 밤만 자고 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내가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구나. 미안하다. 절망해도 된다. 울어도 괜찮다. 그러니 다시 쓰러지고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가길 바란다."




영화 <어바웃 타임>

나는 이제 단 하루도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나는 매일을 마치 내가 이 날로 돌아온 것처럼
그 날을 다시 산다고 생각하며, 그 날을 즐길려고 노력한다.
마치 그 날이 특별한 내 삶의 마지막 평범한 하루인것처럼 말이다.


The truth is I now don't travel back at all, not even for the day. I just try to live every day as if I've deliberately come back to this one day, to enjoy it, as if it was the full final day of my extraordinary, ordinary life.





We're all trave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day of our lives.

우리 모두는 일상 속에서 시간여행을 합니다.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멋진 여행을 최대한 만끽하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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