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웹드라마에 빠졌다. 우리 집에 TV가 고장 나서 드라마를 볼 수 없었던 나는 인터넷을 서치하다가 <에이틴>이라는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찾았다. 웹드라마는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을 내지 않아도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이틴>은 학생때 할 수 있는 고민과 갈등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시즌 1에서 18살의 사랑과 우정, 시즌 2에서는 수능과 입시를 앞둔 19살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입은 옷과 화장품, 머리 스타일까지 유행한 걸 보면 10대들에게 끼친 영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에이틴 2> 마지막화에서 주인공들이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찾고 졸업하는 걸 보면서 나의 졸업식이 생각이 났다. 학교를 나가지 않았으니 졸업식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대체 수업(꿀맛무지개학교 영상 수업)을 통해 순탄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엄연한 졸업생이기 때문에 졸업식에 갈 수 있었던 나는 졸업식을 갈까 고민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강당에서 하는 대규모 졸업식이 취소되었다. 나는 1년 동안 보이지도 않던 친구가 갑자기 졸업식에만 참석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알지도 못하는 애가 교실에서 졸업장을 받는 게 뻘쭘할 것 같았다.
졸업식에 참석한 엄마와 아빠는 졸업장과 학교 앨범을 가지고 왔다. 엄마 아빠가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동안 나는 핸드폰으로 웹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도어락 벨소리가 나면서 현관문이 열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엄마가 맛있는 걸 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는 "졸업을 축하해!"라고 웃으며 커다란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활짝 핀 꽃들이 팔 안으로 들어왔다. 뭉클했다. 학사모를 던지고 친구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내가 정말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쁨의 눈물을 매단 채 꽃다발을 한 아름 안았다. 집에서 기념하는 졸업식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에이틴> 웹드라마를 정주행 하면서 '아, 내가 만약 고등학교를 끝까지 다녔더라면 어땠을까?'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나도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도 하고 떨어진 성적 걱정하면서 놀아보고 싶었다.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밤새 게임을 하고 남자 친구도 사귀어 보고 썸 같은 것도 타고 싶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 나이대 할 수 있는 고민과 생각을 누리며 살고 있었지 않을까?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만 할 수 있는 그런 아픔과 기쁨이 있을 텐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어차피 내가 고등학교를 계속 다녔어도 몸이 좋아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지금도 확신했다. 학교 수업을 놓지 않으려고 버티다 이내 중학교 때처럼 포기할게 분명했다. 성적과 미래, 병과 죽음을 동시에 고뇌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학교를 가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많이 후회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고등학교 생활이 텅 비어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 파릇파릇하던 10대가 텅 빈 '無'로 끝날 줄은 드라마 작가도 몰랐을 것이다.
나의 <에이틴 A-TEEN>은 완전히 끝나 버렸지만,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내 드라마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궁무진한 기회와 행운을 바짝 노리고 있는 스무 살이 되었다. 홀로 보낸 졸업식은 털어버리고 새로운 인연들이 반기고 있는 20대가 기대된다. 후회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스무 살을 어서 빨리 만끽하고 싶다. 후회해봤자 다시는 10대가 돌아오지 않으니까. 고등학교 생활을 포기한 내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 순간만의 선택이 있었으니까.
결국 우린 각자의 선택을 했고 후회하지 않았다 우리가 하는 그 어떤 선택도 틀린 선택은 없으니까 그 어떤 열아홉도 단 하나뿐인 열아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