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응급실 행

by 오뉴월의 뉸슬

하얀 창틀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왔다. '아침이네.' 침대에서 방금 일어난 엄마는 눈을 찡그리며 나에게 안 잤냐고 물어봤다. 나는 슬쩍 주제를 돌리며 엄마에게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나의 퀭한 얼굴을 본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의 한숨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일부러 밝게 웃었다.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엄마는 "그럼 조금만 먹고 자자."하며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 식탁에는 미역국과 밥을 차려졌고, 나는 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배부르게 아침을 먹었다.


든든한 배로 침대에 누으려던 참에 소화가 안되는 걸 느꼈다. 나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지만, 속이 약간 더부룩했다. 상태가 좋지 않자 나는 엄마에게 속이 안 좋다고 얘기했다. 엄마는 소화제를 가져왔다. '이럴 때 까스활명수가 있다면 좋았을텐데.' 소화제를 먹어도 내 속은 나아지지 않았다. 엄마는 내 등을 두드리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를 마사지해줬지만 소용없었다. 한참 있다 나는 아침에 먹었던 것을 토해냈다. 엄마는 "이제 괜찮아질거야."라고 말했지만, 구토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되는 구토에 내가 쓰러질것 같이 얼굴이 사색되자 엄마는 앰뷸런스를 불렀다. 구급대원들은 금방 도착했지만 이번에도 들 것이 없었다. 나는 엄마와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엘레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내 두 다리는 당장이라도 살려달라며 외치고 있었다. 앰뷸런스에 타서도 나는 다시 토를 할 것 같아 비닐봉투를 찾았다. 응급대원은 내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침대를 위로 들어올렸다. '이 들것이 접히기도 하는구나.' 새로운 발견에 놀랐지만 무색하게도 구역질을 했다.


비염이 있는 나는 종종 입으로 숨을 쉬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토를 하는 입으로는 숨쉬기가 어려웠다. 나는 누군가가 내 코를 막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목을 그어 죽고 싶었다. 식도는 아침에 먹은 것을 다 토해내 더이상 토해낼 게 없자 위액을 토해냈다. 목은 변을 많이 누면 항문이 아픈 것처럼 쓰라렸다. 앰뷸런스를 두 번이나 타봤지만, 이 정도로 응급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날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렸고, 한시라도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병원에 도착하고 30분이 지나서야 토가 진정되었다.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응급실 의자에서 앉은 채로 한숨 자고 나니, 검사 결과가 나왔다. 머리가 아프지 않은데 계속 구토를 하는 것은 뇌출혈 증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나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엄마와 아빠 차를 타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몇 시간 전 토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집으로 가는 길이 평화로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보았던 풍경이 새롭게 느껴지며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벅차올랐다. '이번에도 살아남았구나. 다행이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차창밖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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