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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서울 자서전 관람기: 2025.10.26

이제는 사라진 호텔의 역사 돌아보기

by 수수

힐튼호텔에 대한 나의 기억은 22년 가을에 머물러 있었다. 나와 남자친구는 종종 호텔에 애프터눈 티세트를 먹으러 가는데, 그 즈음에는 힐튼에 한 번 가보자고 했었다.


KakaoTalk_20251031_220356191_03.jpg 당시에 먹었던 애프터눈티세트


힐튼서울은 아무래도 연식이 있어서 그런지 세련됨보다는 클래식한 고급스러움이 강한 호텔이었는데 그런 클래식함도 좋았고 애프터눈티세트도 구성이 좋아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후로 폐업과 철거 소식을 들으며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었는데, 이번에 마침 피크닉에서 힐튼서울에 대한 전시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사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어떤 전시들은 깊이감 보다는 그냥 표면적인 이야기들만 늘어 놓기도 하기에 대단한 기대보다는 힐튼서울에 대한 추억과 왠지모를 의리로 갔지만 생각보다 너무 알찬 전시 내용에 꽤 놀랐다.


4층까지 천천히 올라가며 전시를 보는데, 1층에서는 힐튼 서울 철거 당시의 이미지, 영상 그리고 철거한 자재들로 만든 작품들이 있었고 위로 갈수록 힐튼의 오랜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KakaoTalk_20251031_214940078.jpg 이제는 새로운 예술품으로 재탄생했다


힐튼서울을 기획하며 건축가 김종성과 힐튼 관계자들이 주고 받은 실제 서신들과 김송성의 인터뷰, 힐튼서울의 도면, 내부 레스토랑의 식기, 업무지침서 등 힐튼서울의 모든 작은 조각들을 상세히 볼 수 있었는데, 그 조각들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애정, 열정, 노력이 생생하게 느껴져 너무나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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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의 애정과 열정이 느껴지는 서신과 인터뷰

그냥 이런 건축물을 지을때 적당히 자재를 고르고 설계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재 하나를 고를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축물이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어떤 자재가 어떻게 사용될지 소재, 컬러, 질감 하나하나 고려하여 선정되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새삼 놀랍게 느껴졌던 이유는, 나름 서비스 기획을 배운다고 하고 있는 내가 내 제품(서비스)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이런 사소한 요소까지 하나하나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던 것 같다. 내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진짜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쉽게 그렇다는 답을 하지는 못 할 것 같다.


KakaoTalk_20251031_214940078_07.jpg 김종성 건축가 인터뷰

김종성 건축가의 인터뷰도 정말 좋았는데, 대학 교수님이나 업무로 알게된 사람들과 식사나 모임을 할 때 꼭 힐튼의 레스토랑들을 애용했다고 한다. 그만큼 건축물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 애정이 느껴졌고 나도 내 서비스에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KakaoTalk_20251031_214940078_05.jpg 손으로 하나하나 써내려 간 업무지침서

또한 건축가뿐만 아니라 힐튼호텔에 근무했던 사람들도 업무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임했던 것이 절실히 느껴졌다. 이런 애정과 열정이 있었기에 최고의 호텔이라는 타이틀도 따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모들을 하나하나 보다보면 윤형근 화백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평생 진리에 살다 가야한다 이거야. 플라톤의 인문학에서는 인간의 본질인데, 진선미. 진실하다는 ‘진(眞)’자 하고 착할 ‘선(善)’자하고 아름다울 ‘미(美)’하고 인데 내 생각에는 진 하나만 가지면 다 해결되는 것 같아.”


이런 깊이를 가지고 있는 힐튼서울이 이제는 사진과 영상으로 밖에 볼 수 없게 되어버려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지금이라도 놓치지 않고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또 하루하루 책임 전가와 회피, 이기주의가 소용돌이 치는 직장 생활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던 중에 나를 다시 돌아보며 저 멀리 빛나는 북극성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너무나도 뜻 깊은 시간이었던 힐튼호텔 자서전 후기를 마치며, 마지막은 힐튼호텔의 로비를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마무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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