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 포기하고
미라클 수면 중

고요한 시간을 가져 보아요

by 코고아모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날에 난 꼬박 14시간을 잤다. 전날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무리할 일도 없었다. 그냥 14시간을 내리 잤다. 날씨가 추워지더니 동면 모드인 건가. 난 사람인데? (이건 그냥 놀라워서 적은 이야기. 14시간 자보신 분?)


미라클 모닝이 열풍인 적이 있었다. 새벽 4시, 5시에 눈을 떠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책도 많이 나오고 관련 SNS 글도 많았다. SNS 뒤적거리다 보면 '4시에 일어나니까 인생이 달라졌다'는 각종 간증글이 쏟아졌다.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는 나는 트렌드를 못 쫓아간다는 조급함에 뭔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괜한 루저의식까지 생길락 말락 했다.


생길락 말락 했다는 건.. 잘 사는 방법이라고 하니까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그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부러운 마음이 들어서 미라클 모닝을 한 두 번 시도했던 적이 있어서이다. 새벽 4시 기상? 오케이! 일어나 주지! 하면서 밤 10시에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잠이 오지 않았다. 누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거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더라. 가뜩이나 청각에 예민한데 세상 모든 소리가 들리는 거다. 물 내려가는 소리, 창문 옆으로 고양이가 지나가는 소리, 옆집에서 드라마 보면서 웃는 소리,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 사람의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 무슨 기계 돌아가는 소리, 풀벌레 소리.... 밤이 고요하다고 누가 그랬나. 그렇게 일주일을 도전하다가 접었다. 생각해 보면 30년 넘게 12시가 넘어서 자던 내가 하루아침에 10시에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최근엔 몰려드는 일로 새벽 2-3시에 잤던 나였으니 10시면 한창 뇌가 일할 때가 아닌가. 기껏 그렇게 길들여 놓고 다시 10시에 자라고 하는 나는 양심이 없었다. -라고 합리화를 했다 - 무엇보다 누군가 버릇을 들이려고 하면 21일이 걸린다던데, 인내심과 끈기가 없었다. 무엇보다! 미라클 모닝 한답시고 수면 패턴이 다 깨져서 너어무 피곤했던 것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하는 것인가, 깔끔하게 접었다.


그 이후 나는 미라클 모닝은 지우고 미라클 수면을 한다. 그게 뭐냐면, 새벽 4시에 잔다.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말이냐고 하겠지만 뭐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있듯 새벽 4시에 자는 사람도 있다는 걸 쓰고 싶었다.


새벽 4시에 자는 장점을 써볼까. 위에, 밤에 소리가 많다고 하긴 했는데, 그 소리들이 일시적으로 탁 멈추고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빛도 소리도 없는 시간대가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이 정말 집중이 너무 잘된다. 부산하지 않고 모든 것이 착 가라앉은 시간. 낮동안 들떴던 기분도, 올라갔던 에너지도 낮아지고 차분해져서 기분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뭔가 쓰기가 좋다. 영상을 봐도, 음악을 들어도 외부 소리나 빛 영향이 없으니까 감정이 좀 더 선명하게 그려진달까. 일기를 쓰기도 좋고, 오롯이 나만 누리는 시간 같아서 좋다. 아! 무엇보다 요란하게 울리는 온갖 일과 관련된 알람이 없다. 일의 특성상 밤 12시에도 연락이 오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알람의 대부분은 내가 답을 주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인데 그 긴장을 놓아도 되는 시간인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나'란 사람이 '나'로 쓸 수 있는 시간, 그 새벽 2-4시가 좋다. 그래서 난 무드등을 켜고 2시간 내가 하고 싶은 걸 그 시간에 한다. 대단히 고요하고 우아한 시간이다. 사랑스럽다. 그 시간을 누리고 잠이 들 때 하루가 만족스럽다. 그럼 된 거 아닐까.


놀랍죠? 새벽 4시에 그러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런데 나만 그럴까? 아닐 것 같아서 써본다. 직장인은 당연히 힘들 것이고 프리랜서 중에 그냥 새벽 4시에 자는 사람도 있겠지, 싶어서. 새벽에 자기계발하고, 새벽 잘 이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소리쳐본다. 근데 이건 건강한 방법은 아니라고 하니 따라 할 건 아니고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 된다. - 저는 나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긴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미라클 모닝이든 미라클 수면이든 고요하게 자기 시간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어나는 것부터 우리는 온갖 소리에 휩싸여서 살아간다. 알람에 맞춰 짜증 내면서 일어나고 도로에서 온갖 차 소리를 들으면서 출근을 하고 회사에선 듣기 싫든 좋든 회의 소리, 의자 소리, 책상 부딪히는 소리, 밥을 먹을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온갖 말소리와 소리들에 휩싸여 살아간다. 타인에 의해 듣게 되는 그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잔뜩 긴장도 했다가, 또 화도 났다가, 감정은 오락가락하게 되고... 그런데 소리가 없는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정리가 되더라. 미라클 수면이라고 번지르르하게 붙여 봤지만, 1시간이든 30분이든 자기 전, 혹은 자고 나서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명상을 하기도 하는데 명상의 소리마저 없는, 그냥 그런 시간이 우리에겐 때때로 필요하지 않을까. 새벽을 써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고요의 시간을 가져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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