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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 Apr 03. 2020

막다른 골목에 닿았을 때

SALVADOR COFFEE, SYDNEY


오늘도 커피 책 한 권을 들고 집을 나섰다.

TOP 50’s 시드니 커피 맛집들로만 모여있는 이 책 한 권과 길치에게도 신이 있었으니 구글갓만 있으면 처음 가보는 동네도 마치 오랫동안 살던 내 동네인 것처럼 어디든 누비고 다닐 수 있었다.


이날 가볼 곳은 우리 동네에서 세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살바도르 SALVADOR라는 아주 작은 카페였다.


골목골목 파릇, 파릇한 풀과 나무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빽빽한 주택들이 모여있는 그 길은 20분을 걸어도 지겨울 새가 없었다.

그리고 갓을 통해 봤을 땐 쭉 20분 직진 후 좌회전이면 바로 목적지에 도착이었기에 아주 이곳저곳 한눈을 팔아가며 정신없이 걸어가기게 딱 좋았다.

그렇게 도착지에 다다랐을 때 쯤 좌회전을 하고 아무리 걸어 들어가도 길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걸 막다른 골목이라고 부르는 걸까,


하필 그런 곳에는 왜 또 무섭게 보이는 사람이 한 손에는 담배를 물고 나를 낯선 이방인 처다 보듯 쳐다보는 것인지,

몇 번을 주변을 살펴보고 둘러봐도 갓은 계속 그 막다른 골목만을 가리켰다.

그런데 마음에 두려움이 슬쩍 밀려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아까 걸어오는 길에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커피집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다른 곳에 가볼까? “

“아, 맞다! 맞다! 그 살바도르 카페는 이제 없어졌나 보다. 아, 그렇네. 맞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고 그냥 돌아가려는 찰나,

막다른 골목 끝에 있는 높은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왠지 그곳을 지나가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내가 이 곳 호주에 온 이유는 맛있는 커피 집들을 찾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런 막다른 골목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용기 내어 그 무서워 보이던 사람을 지나 높은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계단 옆에 서 있던 그 사람이 “하이” 하고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서 보니 앞치마를 하고 있는 게 주변 어디 카페에서 일하는 COOK쿸 인데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두려운 마음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변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높은 계단을 두 계단씩 씩씩하게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막 계단을 밟는 순간 머리에서 ‘띠링’ 하며 별이 반짝였다.

계단 밑에서 마주했던 막다른 골목은 오늘의 나의 목적지를 그냥 ‘막다른 골목’이라고 알렸었는데,

용기 내어 그 계단을 다 올라가 보니 새로운 아름다운 동네가 펼쳐져있었다.

순간 내가 가진 편견들과 두려움으로 오늘은 그냥 다른 곳에 가보자며 내 목적지를 포기했었다면,

나는 오늘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포기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건널목을 건너 두리번거리니 쩌기 구석에 정말 조그마한 카페가 있었다. 입구에 다 다르니 가게 만한 큰 글씨로 SALVADOR COFFEE라는 표지판이 오늘의 나의 목적지를 알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곳에 들어가서 마신 Cappuccino캡푸취노는 정말 꿀맛이었고,

이곳에 와보지 않았다면 호주에 커피를 맛보러 온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그런데 웬 꼬마 같은 아이가 혼자서 이 골목에 숨어있는 카페를 찾아온 것이 신기해 보였는지 브라질 느낌이 철철 흘러넘치는 사장님이 어떻게 이 곳을 알게 되었는지 나에게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너무 사랑해 호주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직접 느끼고 싶어 커피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얘기했더니 2층 다락처럼 보이는 곳에 있는 로스팅 공간을 구경시켜주며 이 곳 살바도르 카페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나는 처음 이 커피집의 이름을 봤을 때 브라질 지명이 커피집 이름이니 이곳의 커피는 다 브라질 원두를 사용하려나 하고 생각했었다. 커피를 하다 보면 브라질이며 여러 나라 원두를 많이 접하게 되어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전해주는 말은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만든 가게 이름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의 정통 있는 방식으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팔고 있고 이 곳 주변에 있는 여러 카페들에게도 콩을 납품하고 있다며 들뜬 모습으로 시드니에 왔으면 이곳은 꼭 들러야 하는 카페라며 나에게 메모 한 장을 주었다. 메모지에는 ORGANISM 288 CROWN ST라는 주소가 적혀있다.


그리고 나는 시드니에서 꼭 들러야 할 커피집 한 곳이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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