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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 Apr 06. 2020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CAFE ORGANISM, SYDNEY


CROWN ST를 걷다 보면 귀여운 상점들과 자신들의 색깔들로 가득 찬  커피집들 덕분에 혼이 쏙 빠진다. 커피여행을 하는 사람답게 늘 내 목적지는 크라운스트릿T 였다.

길이 닳도록 다녔던 거리인데도 살바도르 커피집에서 받아 든 메모지에 적혀있는 ORGANISM 288 CROWN ST는 정말이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곳이었다.

내가 다 꾀고 있는 동네마냥 스스로 찾아가고 싶었지만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모르는 길 위에서 늘 내 친구였던 구글 갓에게 이번에도 의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갓이 알려준 목적지에는 벽과 그 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길쭉한 커피 바가 다인 것이다.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보니 아핫! 벽 뒤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숨어 있었다.

알고 보니 크라운 스트리트에 하나밖에 없는 2층 집 커피집이었다.




그렇게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긴 바 테이블 하나에 작은 테이블이 2~3개 정도 되는 것이 이곳도 호주 특유의 아주 작은 카페였다.

그리고 “하이 하와야” 하고 인사하며 반겨주는 바리스타가 커피머신 뒤로 빼꼼 보였다.


오잉? 우린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타국에 나오면 그렇게도 우린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있다. 예감했겠지만 바로 한국인 바리스타였다. 캡푸취노 한잔을 마시며 살바도르 사장님이 주신 이곳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보여드렸더니 여간 신기해하는 게 아니었다.

사람의 인연도 참 신기하지만 신기한 인연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곳의 커피였다.  

스페셜티 커피 천국인 나라에서 탑 50에 든 카페만 다녀보던 나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별생각 없이 소개받아 간 곳이었는데 주문해서 받아 든 캡푸취노 한잔은 이미 눈으로 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한 모금 마시고 났을 때는 난 그곳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나는 쉬는 날마다 이곳으로 출근했다.


한국인 이셨던 바리스타님은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벌써 2년 넘게 지내면서 본인이 겪었던 호주 커피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는 이 신기한 인연으로 점점 더 호주 커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름 단골 아닌 단골에게 내어주셨던 콜드브루 한잔이 우리의 커피 클래스의 시작이 되었고, 한 손에 콜드브루 한잔을 들고 “혹시 여기 클래스는 없어요?”라고 했던 말 한마디가 나를 매주 이곳으로 오게 했다.


호주 커피에 궁금증이 있던 여러 사람들이 모여 호주 커피 문화에 대해 원 없이 떠들게 해 줬던 수업에서 우리는 바디감이 다른 여러 종류의 우유들과 아몬드로 만든 아몬드밀크, 콩으로 만든 소이밀크 등 다양한 호주 우유들을 맛보았고 그것들로 만든 Soy Cappuccino, Almond Latte는 다양함을 즐기는 호주 문화에 대해 더 알아가기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클래스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나는 늘 생각했다.


“아, 이곳을 찾아오기 너무 잘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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