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교실에는 규칙이 없다. 그냥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나 이 노래 부르고 싶어!' 하면 부르는 것이다. 선생님이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 중 한 명이 삘받아서 다섯 곡을 내리로 제안하기도 한다. 하루는 뮤지컬에 나온 노래들을 여러 곡 부르기도 하고, 영어 노래를 쭉 부르기도 하고, 한 가수의 곡을 여럿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맨 처음에 부르는 노래와 맨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는 정해져 있다. 노래교실을 시작했을 때부터 쭉 같았다고 한다.
시작하는 노래는 다른 노래들과 달리 멜로디 악보가 없었다. 그저 몇 줄 가사만 쓰여있고 위에 코드만 쓰여있었다. 원곡도 모르고 멜로디도 모르는 나는 그냥 눈치껏 따라 해 봐야겠다 하고 시작했다. 다행히 한 번 들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멜로디였고, 은근 중독성도 있어서 흥얼거리게도 되는 노래다.
이 노래는 항상 기타 반주로 부른다. 그리고 역시나 매번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연주를 한다. 대충 노래와는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원곡이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는데, 오.. 원곡은 훨씬 더 느리고 훨씬 더 자장가 같은 느낌이 났다. 우리가 수업에서 부르는 건 아마도 최소 4배속.. 그리고 신나는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기 때문에 오히려 어깨를 들썩거리며 불러야 할 정도다. 그 버전이 내가 처음 접한 것이라 그런지, 나는 신나고 빠르게 부르는 우리 버전이 더 좋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흐른다. 노래하고 조금 수다 떨고 또 노래하고 이야기 듣고. 매번 수업에서 새로 알게 되는 노래들을 기억해두려고 하는데, 총 몇 곡이나 불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한 수업에서 좋은 노래 하나라도 건져 오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바꿈.
그렇게 이것저것 부르다 보면 노래 책이 옆에 대여섯 권 쌓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노래 부르는 것이 재미있어도 마지막 노래를 위한 시간은 남겨둬야 한다. 바로 이 굿나잇 송을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요건 그래도 천천히 느리게 부른다. 감정이 폭발하거나 흥겨운 노래들을 주로 부르기 때문에 마지막에 차분하게 싸악 한 번 눌러주는 느낌. 평소에 음악을 잘 듣지 않는 나조차도 특정 시공간으로 나를 데려가는 마법의 노래는 몇 개 있는데. 노래 교실을 운영한 10년을 이렇게 매번 같은 노래로 시작하고 끝냈으면 정말 이 두 노래가 특별해지지 않을까. 몇몇 고인 물 멤버들은 이 두 노래는 악보도 보지 않고 부른다. 나는 아직 가사를 다 외우지도 못했고 툭 치면 나올 정도도 아니긴 하지만, 벌써부터 이 두 곡이 조금은 특별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