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노래 교실에 등장했을 때부터 선생님은 잔뜩 신난 눈치였다. 알고 보니 한/중/일 쪽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뜬금없이 나에게 우리가 부르는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 나오는 단어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나며 묻는데, 제대로 된 발음을 듣고 싶다며 여러 번 다시 말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연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한국어를 이미 배웠다거나 친한 한국인이 있다거나) 이 정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하루는 교실에 도착하기 전부터 음악이 들려왔다. 보통은 말소리만 들리기 마련인데 음악이라니. 사실 교실로 가는 길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먼저 와있던 R이 "Zu deiner Ehre!"라며 반겼다.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이 나서 CD 케이스를 들고 나에게 왔다.
"너 이 노래 아니?!"
사실 노래만 들어서는 잘 몰랐지만 (;;) CD 케이스에는 커다란 한자로 <종묘제례악>이라 쓰여있었다. 아 읽으면 알죠ㅋ 뒷면에는 가격표가 아직도 붙어 있었는데, 한국 가격표였다. 와 이건 분명 한국에서 사 온 건데! 신기해서 어디에서 구한 것인지 물으니 선물로 받은 것이라 한다. 여러 나라의 전통 음악이나 민요를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어울린다. 내가 CD에 적힌 것을 보고 "오 이거요~!"라는 반응을 보이니 "너 이거 읽을 줄 아는 거야?!"라며 눈을 반짝이는 쌤. "아 넹 당연하죠!"라고 대답한 뒤 2초 있다가 "아, 근데 이게 한국어는 아니에요!"라고 덧붙였고, 1초 후에 "한국어는 아니지만 제가 그냥 읽을 수 있는 거예요!"라고 사족을 붙였다. 혹-시나 한자가 한국어라고 생각할까 봐.. ㅋㅋㅋㅋ 정확히 한글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마다 다 다른 쓰기 방식을 쓴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고 했다.
뒤이어 온 다른 수강생들도 '오홋 이 노래는 무엇?!' 하는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고, 선생님은 한 명 한 명에게 이것이 한국의 음악이라며 열심히 설명한다. 더 자세한 설명을 나에게 물었으나 '궁궐에서 연주하는 궁중 음악' 이상의 설명은 할 수 없었다.. 나는 풍물과 사물놀이 출신이라 궁중음악을 모른다는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그냥 모름. 평민이라 모른다 치자. 덕분에 집에 오면서 종묘제례악에 대해 검색해 봤다.. 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