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잔
이전에 우도 유르겐스의 mit 66 Jahren을 신나게 불렀었다. 선생님의 노래 아카이브 책을 보니 그의 노래 중 내가 가장 처음 알게 되었던 Aber bitte mit Sahne 역시 있다. 빠르지 않고 어려운 독일어가 아니라 부르기에 완벽한 노래.
3년 정도 노래 교실에 함께 하고 있다는 K가 본인이 자주 선곡하는 노래라며 우도 유르겐스의 다른 노래 하나를 제안했다. 제목은 <그리스 와인>. 처음 들어보았지만 역시나 대충 듣고 따라 하기 쉬운 노래였다. 집에 와서 궁금해 원곡을 찾아보니 이거 뭔가... 우리의 뽕짝 감성이랑 너무 잘 맞는다.
다 함께 이 노래를 부른 뒤 선생님 역시 감상에 젖었다. 물론 독일인인 쌤은 크게 가사 내용에 공감한 것은 아닐 테지만 이 노래 자체가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완창을 하면 나도 모르게 '크...' 하는 소리가 나온다. 선술집에 가서 나도 그리스 와인 한잔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60-70년대 독일의 광산지대인 Ruhr 지역으로 대거 몰려온 외국인 노동자들 중 그리스 출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때 우리나라도 광산 노동자들과 간호사들을 파견했다. 느린 노래라 그런지, 시처럼 노래 가사의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심상'이라는 단어를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쓰는 것 같은데, 이 노래를 듣고 부를 때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것은 바로 심상이다. 두 번이나 본, 터키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알먀냐, 나의 가족 나의 도시>도 생각났다.
https://blog.naver.com/mignyonne/221542630820
이 노래를 처음으로 불러봤다는 나에게 K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본인은 그리스 혼혈로, 어린 시절 여름마다 그리스에 있는 가족들을 방문해 휴가를 보냈었다고 한다. 소위 자신의 '18번' 노래라면서, 선생님에게 하도 자주 부르자고 했던 노래라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리스에서 보냈던 휴가가 항상 떠오른다는 K. 이 노래는 매번 부를 때마다 감동이라고, 마음이 아리다고 했다. 이 나라로 이민을 온 그리스 가족들이 있는 만큼 더욱더 와닿겠지. 나도 친한 친구들 중 그리스 친구들이 있고, 그들은 광산으로 일하러 온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에서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독일로 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에 괜히 그 친구들 생각도 났다.
물론 나는 지금 광산에서 일을 하지도 않고, 오히려 오자마자 독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언어와 사회에 대해서 공부까지 하는 '소프트 랜딩'으로 독일에 왔다. 같이 살아야 할 가족들을 떼어놓고 돈을 벌러 왔다고 하기보다는 때가 되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했고, 그것이 한국이 아닌 독일이었을 뿐이다. 술집에서 그리스 와인을 마시며 고국을 추억할 필요 없이 삼시 세끼 간식과 음료수까지 모두 한국식으로 먹고 마신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과는 편리하게 영상 통화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국에 있다는 이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이 노래를 부르고 부르고 부르다 보면 목소리에 한이 서린다. 후렴구의 Griechicher Wein~ 부분은 이내 이미 와인에, 눈물에 젖은 듯 촉촉해진다. 지금까지 노래교실에서 이 노래는 두 번 불렀는데, 이미 내 최애 독일 노래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가사 한국어 해석은 영상에!)
Es war schon dunkel
Als ich durch Vorstadtstraßen heimwärts ging
Da war ein Wirtshaus
Aus dem das Licht noch auf den Gehsteig schien
Ich hatte Zeit und mir war kalt, drum trat ich ein
Da saßen Männer mit braunen
Augen und mit schwarzem Haar
Und aus der Jukebox erklang Musik
Die fremd und südlich war
Als man mich sah
Stand einer auf und lud mich ein
Griechischer Wein ist
So wie das Blut der Erde
Komm', schenk dir ein
Und wenn ich dann traurig werde
Liegt es daran
Dass ich immer träume von daheim
Du musst verzeihen
Griechischer Wein
Und die altvertrauten Lieder
Schenk' nochmal ein
Denn ich fühl' die Sehnsucht
Wieder, in dieser Stadt
Werd' ich immer nur ein Fremder sein, und allein
Und dann erzählten sie mir von grünen Hügeln, Meer und Wind
Von alten Häusern und jungen Frauen, die alleine sind
Und von dem Kind das seinen Vater noch nie sah
Sie sagten sich immer wieder
Irgendwann geht es zurück
Und das Ersparte genügt zu
Hause für ein kleines Glück
Und bald denkt keiner mehr daran
Wie es hier war
Griechischer Wein ist
So wie das Blut der Erde
Komm', schenk dir ein
Und wenn ich dann traurig werde
Liegt es daran
Dass ich immer träume von daheim
Du musst verzeihen
Griechischer Wein
Und die altvertrauten Lieder
Schenk' nochmal ein,
Denn ich fühl' die Sehnsucht
Wieder, in dieser Stadt
Werd' ich immer nur ein Fremder sein, und all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