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지부
한국에서 처음 드셔 본 된장찌개에 꽂히신 독일 부모님.
유명하다고 말로만 듣던 삼겹살과 양념 갈비를 먹으러 갔던 날, 듣던 대로 맛있던 고기보다 더 부모님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그전까지는 존재도 몰랐던 된장찌개였다. 고깃집 된장찌개가 좀 맛있나. 한 입 드실 때마다 조금 맵다고 하시면서도 멈출 수 없는 숟가락. 이 감동의 정점은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된장찌개를 무료로 리필해 준 직원의 서비스였다. 왜냐면 우리는 서비스 황무지, 서비스 사막, 독일에서 왔으니까.
나를 만나기 몇 년 전부터도 김치에 대해서 알고 계셨던 어머님은 새로운 음식이나 식재료에 대해 알아가시는 것도, 그렇게 새롭게 알게 된 음식을 시도해 보거나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참 좋아하신다. 우리를 만나러 중국에 방문하셨을 때도 다양한 중국 음식과 그 재료, 향신료 등에 호기심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독일로 돌아온 후 어느 날, 어머님이 문득 된장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 물으신다.
앗, 참고로 나는 캥거루족의 대표 주자. 초중고대학교 졸업 후 회사에 다닐 때도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중국 대학원 유학 시절 기숙사에는 주방이 없었고, 먹을 것이 없으면 안 먹거나 과자 쪼가리를 주워 먹고사는 불규칙하고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나. (반성) 콩을 발효해서 메주를 만들고, 메주가 된장이 되는 것은 알겠는데 더 자세한 사항은 나도 알 리가 없어서 함께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친절하게도 누군가가 달아 놓은 독일어 자막과 함께, 30여분이 다 되어가는 된장 만들기 유튜브 영상을 거실 TV에 연결해 크게 틀어놓고 다 함께 감상했다. 콩을 불리는 것부터 시작해 메주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간장이 만들어지고, 몇 달에 걸쳐 만든 다큐멘터리 수준의 영상이었다. 연이어 관련 영상으로 추천된 된장찌개, 만두피, 왕만두 만들기 동영상도.
된장을 담근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드는 일이라는 것도, 만들 때는 냄새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짧은 비디오를 감상하신 뒤 어머님은 된장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셨고, 단순히 짜다 고소하다 등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풍부한 맛에 다시 한번 감탄하셨다.
그 후 어느 날, 시내에 간 김에 아시아 슈퍼마켓에서 된장과 고추장을 사 왔다. 시부모님께 맛 보여드리기도 전에 남편이 파스타에 된장을 듬뿍 떠 넣고 섞는다. 페스토 같고 맛있단다. 그다음에는 크림치즈와 섞어서 빵에 발라서 먹는다. 한 입 먹어보니 웃기게도 꽤나 먹을 만하다.
집에서 메주는 못 쑤더라도 된장과 고추장으로 모든 음식을 한국화 시킬 순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