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적인 한국
한국을 방문해본 외국인 친구들에게 거의 항상 듣는 말은 경복궁 근처나 각종 한옥마을에서 접한 한복 입은 사람들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남편과 연애 시절 처음으로 같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
모든 것들이 빨리 변하는 한국은 고작 1년 남짓 해외에서 머문 나를 유행에 뒤쳐지게 만들었다. 한복 대여해서 여러 궁에 무료입장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정작 직접 해 본 적은 없었는데, 겸사겸사 나도 관광객 인양 함께 한복 대여를 했다. 어쩌다 인도네시아 단체 관광객들과 섞여 들어가서 대여 완료. 셀카를 거의 찍지 않는 나지만 한복을 입고 궁을 돌아다니니 왠지 특별한 날인 듯한 기분이 들어 사진도 꽤 찍었다.
이것이 첫 한복 체험, 2017년의 일이었다.
시간을 빠르게 돌려 2019년 6월. 우연히 엄청 싼 한국행 티켓을 발견하고 급 한국에 들어간 때였다. 서울만 해도 몇 번째인가 싶어 짧게 여행 다녀올 다른 도시를 고민하다가 전주를 선택했다. 더욱 한국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고, 서울에서 가깝고 가기도 쉬우며, 음식 맛있고,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관광 인프라도 잘 되어 있을 테니! 나도 개인적으로 9년 만에 전주를 다시 방문하는 거라서 기대가 됐다.
이번에는 한복 대여는 하지 않았다. 대신 전주의 온갖 먹거리를 즐겼다. 남편은 육회 비빔밥 전문점에서 굳이 그냥 비빔밥을 시켜 놓고 반찬으로 나온 육회에 홀딱 반했다. 타르타르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육회는 맛있단다. 온갖 유럽식 피클 및 절임류도 싫어하면서 김치와 장아찌는 잘도 먹는 그다.
맛난 전주 음식을 먹으며 한국을 보는 그의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전혀 안 그런 걸. 저번에 경복궁에 갔을 때도 그렇고, 오늘 전주 한옥마을에서도 그래. 남자가 여자 한복을 입거나 여자가 남자 한복을 입은 걸 많이 봤어. 혹시 동성 커플이라 한 명이 남자 또는 여자 한복을 입은 건가? 어쨌든 한국에 크로스드레서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생각해보니 그렇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내 학창 시절에 남학생들 여장시키기는 연례행사처럼 있었고 (물론 매번 여장당하는 친구는 정해져 있다) 뭔가 종종 여자가 남자 옷을 입기도,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 상황이 있다. 모두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지만 보통은 ‘그냥 재미있으니까’ 남자/여자 옷을 입었던 것 같다.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코스튬 파티처럼 다가오기 때문인가? 사실 이렇게 여자 한복을 입는 남자나 남자 한복을 입는 여자들은 젊은이들이다. 한옥마을에서 중년의 분들 또한 한복을 입고 그 순간을 즐기시는 것을 봤지만 “크로스드레서”는 한 명도 못 봤다.
굉장히 전통적인 한국의 풍경을 볼 수 있는 한옥마을과 크로스드레서. 이 또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국의 매력 중 하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