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탄산수와 감자

오해해서 미안해

by mig

루마니아도, 헝가리도, 독일도 감자를 많이 먹는 식단을 갖고 있다. 그럼 나는? 시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감자를 좋아했던 적이 없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점의 감자튀김조차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카레를 먹을 때는 당근과 양파는 잘 먹으면서 감자만 모조리 남긴 적도 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아무 맛도 안 나고 질감도 심심한 감자가 별로였나 보다.


나는 내가 감자를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빵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시부모님도 그것을 아시고 강제로 빵이나 감자를 권하시지 않으셨다.


그런데 독일에 온 지 반년 정도가 되었던 어느 날, 노란 감자가 너무 맛있어 보이는 것이다. 간단한 저녁을 먹자며 어머님께서 만들어주신 감자 요리 Bratkartoffeln이 그렇게 맛있었을 수가 없다. 갓 만들어진 거라 그런지, 내가 지금까지 독일 감자를 오해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자세히 보니 한국에서 내가 먹던 감자와는 색깔도 다르고 질감도 약간 다르다. 독일에는 감자도 종류가 엄청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던데,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감자를 오해한 것 같아 미안했다.


탄산수도 마찬가지다.

열몇 살 때, 이벤트 케이터링을 하시는 친구 이모 덕분에 중학생에게는 너무 화려했던 한 패션 행사를 간 적이 있었다. 멋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당시엔 마시면 죽을 것 같이 보이던 시바스 리갈 같은 것들이나 맥주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결국 우리가 마실 수 있는 건 탄산수뿐이었다.


아무 향도 맛도 없는 탄산수에 맥주를 위한 안주였던 소금 과자를 함께 먹으니 단연 최악의 맛이었다. 게다가 나는 원래 그 어느 탄산음료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날부로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마실 것은 탄산수”라는 명제를 세우고 지금껏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아메리카노 같은 검은 물 따위는 안 마실 것 같았던 내가 지금은 물 타지 않은 찐한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나 또한 나를 알 수 없지.


과연 내가 탄산수를 물처럼 마시게 될까?

평생을 좋아하지 않던 감자도 좋아하게 되었는데?

탄산수를 정복하게 되면 진짜 유럽 사는 어른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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