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를 보고
3월까지 기다리려고 하다가 결국은 더글로리 1부를 다 봤다.
반박자 늦게 보기 시작한 덕분에 주의사항을 미리 알 수 있었다. 학교폭력에 대한 묘사가 꽤 끔찍한 수위이니 미리 알고 있을 것. 영상으로 보기가 너무 힘든 정도면 해당 장면이나 1화를 스킵할 것.
원래도 폭력적인 장면이나 피, 상처가 나오는 장면을 못 본다. 그래서 보기 힘든 장면은 화면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린 채로 보았다. 그렇게 힘든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힘들어지다 보니 이후 가끔씩 과거 회상이 나올 때마다 내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이런 기분을 의도하고 적나라하게 학교 폭력 장면을 연출한 것일까.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이긴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에는 물음표도 생겼다. 정말 저렇게까지 괴롭히는, 아니 학대를 하는 일이 있다고? 그래, 악마 같은 아이들이 있다고 치자. 학생들을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피해자 탓을 하는 선생이 있다고? 설마. 드라마라서 과장되게 표현한 것 아닐까?
이런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현실이 더 했다.
드라마 자체가 재미있어서 여덟 회를 순식간에 다 본 것은 별개로,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는 저렇게 나쁜 아이들은, 저렇게 심한 괴롭힘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동시에 다른 생각이 불쑥 튀어나오며 소름이 돋았다.
'정말 없었을까?'
내가 적극적인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몰랐던 것 아닐까. 아니, 알았지만 나에게는 큰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억에서 사라진 것 아닐까. 드라마에서처럼 가학적인 정도만 없었지, 은근한 따돌림이나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괴롭힘은 있던 것 아닐까. 아니, 어쩌면 드라마 정도의 폭력이 있었지만 내가 몰랐던 것 아닐까.
초중고 시절을 되짚어보며 정말 조금이라도 다수의 아이들에게 놀림이나 조롱을 받은 아이가 없었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내가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주동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가, 교실이 세상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렇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이, 학교가, 때로는 집이 편안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상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대중매체의 힘이란, 전 세계적인 플랫폼을 타고 퍼져나가는 메시지의 힘이란.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으며, 좀 더 관련 이슈를 신문에서 찾아보고 관심 있게 읽어보게 되었다. 3월에 공개될 파트 2의 내용뿐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작품 외적인 파장 역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