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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시작해 볼까

by mig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걸 먹고 눕고 싶으면 안 좋은 자세로 누워 있고, 움직이기 싫으면 언제까지고 움직이지 않는 삶. 그래도 일상생활이나 건강에는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렇게 살아오고 있다. 아니, 있었다. 온갖 방법의 다이어트나 운동이 유행을 해도 남의 일. 통학이든 통근이든 뭐 몸을 움직이기는 해야 하니까 일상은 유지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게으른 베짱이 생활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바로 코로나 락다운 시절. 지금도 어이가 없는 '통금 시간'이 존재했었고, 한 번에 최대 한 명의 사람밖에 못 만나던 그때. 통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너무 좋았지만, 친구도 가족도 못 만나게 되었고, 아니 아무도 만나지 않더라도 방문할 수 있는 카페나 음식점이나 가게도 없었다. 스페인으로 날아가 친구를 만나기로 했던 계획은 항공편이 계속해서 미뤄지다 결국 취소가 되어버려 2주라는 시간이 붕 떴다.


이 시간을 포함한 처음 몇 주 간은 기쁘게(!) 와식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슬슬 생존을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몇 명이 온라인 홈트레이닝을 같이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렇게 셀프 운동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나는 뒤늦게 합류했다. 충격적이었던 건, 10분 정도 되는 유튜브 영상도 막상 따라 해보니 아주 힘들다는 것. 그리 꾸준히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던 기회였다.


그 후 본격 운동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몸이 움직임에 적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해본 적 없었던 '산책' 역시 코로나 시기에 얻은 좋은 습관 중 하나.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집 근처 산책을 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근교로 나가 하이킹 또는 더 긴 산책을 한다. 일주일에 많아야 한두 번이기는 하지만 벌써 2년이 넘게 하고 있는 습관이다. 따로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하이킹이 더 편해졌다는 게 긍정적인 변화 아닐까.


운동을 본격적으로 꾸준하게 해 보자는 의견은 남편이 냈다. 그동안 나는 아니었어도 남편은 종종 헬스장 일일권을 끊어 운동을 했다. 그의 첫 직장은 야근이 많아 회원권을 등록할 엄두를 못 냈지만, 이직 후 수습 기간도 지나고 난 지금이 헬스장을 등록하기에 적격이라는 말이다. 남편은 이미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건강해지고 싶다며 몇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 유튜브로 운동을 하고 있다. 집에 누워있는 건 나였지. 그러다가 한 번 체험이라도 해보라며 2주짜리 체험권을 내 것까지 등록해 둔 것이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체험권 시작 역시 몇 달을 미루고 또 미루다가 드디어 지난주에 첫 시작을 했다. 직원이 간단하게 헬스장 투어를 해주고, 트레이너가 몇몇 기구의 사용을 안내해 주었다. 워낙 운동을 안 하던 몸이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었다. 적당히 운동을 하고는 사우나로 마무리. 눈이 팡팡 내리던 날이라 그런지 더욱 분위기가 있었다. 사우나 옆 휴식 공간만 보면 호텔에 있는 사우나 같은 기분. 여름에는 테라스도 맘껏 이용할 수 있다. (이날도 사우나 후에 야외에서 몸을 식히는 분도 보긴 했다 ㄷㄷ)


어제는 본격 ‘진짜’ 트레이닝을 받는 날이었다. 첫날보다 더 많은 기구 사용을 배우고, 각 기구 사용 시 나에게 맞는 의자 높이 및 무게를 쓴 종이를 받았다. 총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프로그램으로 짜준 거라고 하는데, 첫날 지도해 준 트레이너보다 힘든 루틴이라 과연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헬스장 외에 다양한 코스들도 있는데, 이 코스들도 하나둘 체험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트레이너가 가능한 시간에 맞추느라 늦은 저녁에 왔는데, 다음에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에도 와보며 나에게 맞고 쾌적한 시간대를 찾아봐야겠다. 나는 이 2주의 체험 기간 동안 과연 헬스장을 얼마나 자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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