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스레터 구독을 많이 하고 있다. 다 정독하는
건 아니다. 오길 기다리면서 두근두근 아침부터 읽어 내려가는 뉴스레터들도 있고, 제목만 체크하고 삭제하거나 헤드라인 정도만 스윽 훑어보고 마는 것들도 많다. 광고 이메일도 많이 받아보고 있다. 조금이라도 흥미가 갔던 브랜드라면 일단 홍보이메일을 받아 본다. 스스로 찾아 나서는 쇼핑을 귀찮아해서 시작한 건지, 학생 때 다양한 국가의 패션 브랜드들을 구경하기 위해 받아보기 시작한 게 하나둘 쌓이다 보니 이렇게 된 건지는 헷갈린다.
Future Minyoung will thank current Minyoung
어떤 코스를 수강하라고 홍보하는 메일의 제목이었다: 그걸 들으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흔한 말. 하지만 덕분에 ‘미래의 나’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신기하게도, 눈을 말똥히 뜨고 있지만 눈앞이 캄캄한 경험을 했다. 분명 나는 이 자리에 있는 데 있지도 않았다. 내가 나를 삼인칭 시점으로 보고 있지는 않으니 유체이탈은 분명 아닌데, 피곤하거나 취하거나 몽롱할 이유도 없었는데 말이지.
많은 시간은 멍하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답장한 줄 알았던 메시지에 답장은커녕 뭔가를 써놓지도 않았던 걸 발견하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까먹어서 엄한 남편에게 항상 내 폰 봤냐며 질문한다. 문득 정신이 들면 후회나 좌절이나 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그래서 저절로 기본 모드가 멍함이 된 건가? 그래도 슬금슬금 다시 운동을 시작한 덕분에 잠을 못 자는 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수면의 질이 문젠지 얕게 자는 건지 통 안 꾸던 꿈을 다양하게도 꾼다. 큰 의미나 이야기도 없는 랜덤한 꿈. 개꿈이라고 하지. 얼마가 걸리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가는 대로 놔두고 있다.
미래의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지금 어떤 선택과 실행을 해야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감사할까. 놀랍게도 지금 내가 느끼고 원하는 것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다시 고민은 원점이다. 지금의 내가 원하고 끌리는 대로 해야 할까, 미래의 내가 되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는 방향으로 가야 할까. 몸이 아니라 마음이 이렇게 바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