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은 물론 옥토버페스트의 도시다. 햇살이 조금 나기 시작했다 하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맥주 행사가 시작한다. 하지만 이 뮌헨을 칵테일의 도시로 만드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작년인 2023년 4월, 독일 최대 칵테일 이벤트를 표방하며 뮌헨에서 Cocktail X라는 행사가 열렸다. 다양한 뮌헨의 바 및 식당에서 이 며칠을 위해 특제 칵테일을 선보이는 이벤트였다. 손님 입장에서는 이벤트 티켓을 사고, 최대한 여러 바를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칵테일을 맛보면 된다. 옥토버페스트만큼이나 큰 봄 맥주 축제와 거의 같은 날에 겹쳐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사는 성공적이었나 보다. 올해 더 많은 장소가 참가했다. 여러 유명 호텔 칵테일바부터 대학가의 편안한 술집, 특색 있는 칵테일을 함께 파는 식당이나 카페 곳곳을 누비며 새롭고 짜릿한 칵테일의 맛을 즐겼다.
뮌헨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칵테일은 무엇일까? 아마 누구에게 물어도 첫 번째로는 '이 음료'가 나올 것 같다. 뮌헨 사람을 이미지로 표현한 고정관념 중, 햇빛이 조금만 나면 선글라스를 끼고 테라스에 앉아 아페롤 스프리츠를 마시는 그림이 있다. 누군가 테라스에 앉아 쨍한 주황색의 음료를 마시는 것을 봤다면 바로 그것일 가능성이 크다.
'스프리츠'는 19세기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왕국의 병사들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기본적으로는 와인에 탄산수를 타 도수를 약하게 만드는, 커피로 치면 아메리카노와도 비슷한 개념이다.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마시던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도수가 높은 와인을 바로 마시기 못해 물을 섞어마셨다는 데서 유래했다. 유럽의 커피를 차를 마시듯 물을 타 마신 미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독일에서는 와인에 물을 탄 음료를 '와인 숄레 Weinschorle'라고 부른다. 다른 과일 주스에 탄산수를 더한 음료 역시 -숄레라고 부른다. 스프리츠 Spritz라는 단어는 주로 알코올이 있는 음료, 즉 칵테일을 칭할 때 쓰며 이때는 탄산수가 아닌 스파클링 와인, 그중에서도 프로세코 Prosecco를 섞은 드링크를 말한다. 여름철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레몬 스프리츠, 생강 스프리츠, 딸기 스프리츠 등 다양한 스프리츠 종류를 만날 수 있다.
아페롤 스프리츠 역시 아페롤이라는 쌉쌀한 술에 프로세코를 섞어 만든다. 이탈리아 주류회사인 캄파리가 고안한 이 칵테일의 큰 성공은 물론 운도 있었지만, 이 회사의 전략 덕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다른 칵테일처럼 긴 원기둥 모양의 롱드링크 잔에 서빙했지만, 이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와인잔에 아페롤 스프리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 독일에서는 뮌헨을 거점으로 삼아 캄파리 본사에서 전문 바텐더를 보내 사람들에게 아페롤 스프리츠를 제공하도록 했다. 쨍하고 독특한 색감 덕분에 인스타그램 붐을 제대로 탔고, 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두 가지 술을 취향껏 섞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레시피 덕분에 코로나 팬데믹을 살아남았다. 다른 칵테일에 비해 도수가 높지 않은 점 역시 사람들이 햇살을 맞으며 아페롤 스프리츠로 술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인기 스프리츠로는 사람 이름같이 들리는 후고 스프리츠 Hugo Spritz가 있다. 이 음료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인 쥐트티롤/알토아디제 지역의 한 호텔 바에서 개발되었는데, 프로세코에 엘더플라워 시럽, 민트 잎, 라임 조각 등을 넣은 달달하면서 상큼한 음료다. 프로세코를 탄산수로 바꾸면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버전의 홀러숄레 Hollerschorle가 되는데, 이 역시 많은 식당과 카페에서 기본으로 구비하고 있을 만큼 흔하면서 사랑받는 음료이다. 엘더플라워가 야생화로 여기저기 워낙 많이 자라는 덕분일까.
뮌헨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뮤닉 뮬 Mnich Mule'도 있다. 익숙한 듯한 이름에서 갸우뚱했다면, 그렇다. 모스코 뮬의 변형 칵테일이 맞다. 2010년 갑자기 뮌헨에 불어닥친 모스코 뮬 유행에서 시작된 지역 베리에이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보드카가 베이스인 모스코 뮬과 다른 점은 진 베이스에 오이가 더해진다는 점이다. 진저비어와 라임 주스가 들어가는 것은 변하지 않으며 바에 따라 다르지만 모스코 뮬처럼 구리 잔에 서빙하는 곳도 있다. '진정한' 뮤닉 뮬이 되기 위해 뮌헨에서 만들어진 뮌헨 진 브랜드 (예, Duke Gin)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부터는 여러 바에 에스프레소 마티니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칵테일 행사에서도 콜드 브루를 사용한 버전, 콜롬비아 아라비카 원두로 커피를 직접 내려 바로 만들어주는 버전 등을 시음했다. 더 오래된 트렌드로는 한때 한 칵테일 바의 매출 40%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는 바질 스매시가 있었고, 요즘에는 일본풍을 지향하는 곳에서 슬슬 하이볼도 판매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뮌헨에서의 추억과 시간이 담긴 음료라면 그것이 곧 '뮌헨의 드링크'가 될 것이다.
독일어 단어
spritzig 탄산이 있는, 톡 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