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탑 5 패션 도시
독일은 연방국가다. 지역마다 도시마다 법부터 문화와 역사가 모두 달라 독일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일반화를 더욱 하기 힘들게 만든다. 작센 왕국부터 바이에른 왕국까지 각자 다른 나라로 쪼개져서 살아온 날이 더 긴 이 국가는 21세기에 이른 지금까지도 비교적 덜 중앙집권화되어 있다. 수도인 베를린에 모든 것이 모여있지도, 베를린에 있는 모든 것이 독일 최고이지도 않다.
그나마 공통점이라면 역사적으로도 늘 어색했던 독일과 패션이라는 단어. 그 어느 독일 왕국의 도시도 '패션 도시'의 위치를 얻은 적은 없었다. 역시 도시 국가로 오랜 시간 쪼개져 있었으며, 하나의 나라가 된 지 200년도 되지 않은 이탈리아에서 럭셔리 및 디자인 산업이 번성하는 것과도 사뭇 다른 방향이다.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님의 한 영상에서 이에 대한 그의 가설을 들은 적 있다. 원자재나 자원이 부족한 이탈리아는 재료를 수입한 뒤 부가가치를 더해 되파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었고, 이 맥락에서 디자인이 발달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를 적용해 본다면 독일은 자원만으로도 풍부했기 때문에 이를 예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의식주에서 가장 앞에 위치한 의생활은 독일에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거대산업이다. 독일에도 패션 도시가 있긴 한가. 있다면 독일에서 제일가는 패션 도시는 어디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패션 브랜드 Esprit는 6개의 기준점 삼아 패셔니스타 컴퍼스 (Fashionista-Kompass)라는 척도를 개발했다. 다음 기준으로 여러 도시에 점수를 매긴 뒤 합계가 높은 도시들이 곧 독일의 패션 도시들이라는 것이다.
1. 패션 산업 규모
2. 최고의 쇼핑 경험
3. 합리적인 가격 제공
4. 패션 교육 기회
5. 패션 소셜 미디어 커뮤니티 규모
6. 문화 관련 활동
3번 항목에서 갸우뚱할 수 있지만, 독일 패션 소비자들의 최우선 구매 기준은 언제고 '가성비'다. 2번은 패션잡화 상점의 밀도를, 5번은 해당 지역 출신의 패션 인플루언서 규모, 6번은 박물관이나 오페라 등의 밀도를 반영했다. Esprit는 독일 내 75개의 도시를 분석해 평가했고 탑 10 도시를 선정했다. 여기에서는 탑 5 도시만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모든 수치는 2021년 기준이다.)
#5 쾰른
독일에서 가장 많은 모델 에이전시가 있는 도시라는 이유라고 한다. 덧붙이자면 쾰른은 미디어 도시이기도 하다. 미디어 관련 크고 작은 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고, 규모가 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 역시 쾰른에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쾰른의 패셔너블함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4 함부르크
235개의 테일러샵과 58개의 패션 회사 본사가 위치해 독일 내 두 번째로 큰 패션 산업이 있는 도시이다. 패션잡화 및 빈티지 매장 수도 많다. 실제로 일을 하면 많은 독일 브랜드 고객사들이 함부르크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테일러샵이 많은지는 몰랐는데, 전체적으로 함부르크와 북부 독일이 영국과 문화적으로 여러모로 비슷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함부르크에 가면 붉은 벽돌을 많이 사용한, 뮌헨과 아주 다른 스타일의 건물들이 많이 보이고, 애프터눈 티나 다양한 차를 제공하는 티하우스도 뮌헨보다 많이 만나볼 수 있다.
#3 뮌헨
271개의 패션 브랜드가 위치해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패션 산업의 도시이며 10개의 산업 무역 박람회도 열린다. 특히 아웃도어 쪽 박람회는 규모가 꽤 커서 한국에 있는 이전 회사 동료들도 출장을 오곤 했다. 게다가 단순히 몸을 보호하기 위한 의복이 아니라 치장하기 위한 패션이라면 어느 정도의 자금력이 함께 따라가는 경우가 흔하다. 평균 소득이 높은 도시인만큼 사람들이 옷을 많이 구매하기도 하고, 소위 명품거리라 할 수 있는 '막시밀리안 거리'에는 러시아와 중동의 부호들이 항상 쇼핑을 하고 있다.
#2 베를린
독일 최대의 패션 산업 도시로 많은 브랜드 본사가 위치한다. 33개의 패션 대학이 있어 교육 기회도 많다. 실제로 패션 관련 교육 과정을 찾아보았을 때 대부분의 기회는 베를린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독일의 패션 위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함부르크에는 독일 전역에 체인점을 내는 독일 브랜드가 많고, 뮌헨에는 글로벌 브랜드 지점이 많다면 베를린에는 단연 베를린에 뿌리를 둔 신진 디자이너 레이블, 개성 있는 편집샵들 등등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난 곳들이 가득하다.
#1 뒤셀도르프
인구 100,000명당 91개의 패션 매장으로 2번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11개의 패션 무역 박람회가 열린다. 다른 부문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어 독일 최고의 패션 도시가 되었다. 뒤셀도르프의 쇼핑거리 역시 뮌헨과 거의 비슷하다고 느꼈다. 지리적으로 서쪽에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레알이나 LVMH, Douglas 등 규모 있는 화장품 회사들 역시 뒤셀도르프에 위치하고 있다.
놀라우면서 놀랍지 않은 결과다. 지역별로 규모가 있는 도시에는 각종 브랜드의 본사와 매장, 대학, 박람회가 있기 마련이다. 다만 영국-런던, 이탈리아-밀라노, 프랑스-파리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하나의 도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여전히 연방국가인 독일스럽다.
독일어 단어
der Föderalismus 연방주의
출처: https://www.capital.de/leben/deutschlands-mode-hochburgen-123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