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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May 13. 2024

뮌헨에 살면 사투리 배우나요

독일어의 사투리

독일로 오게 될 때, 개인적인 필요성과 상관없이 이 나라의 언어인 독일어에 대한 생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몇 달만 머무르다가 떠나기도 하고, 2-3년 정도의 정해진 시간을 살게 될 수도 있다. 끝이 없는 독일 생활일지언정 일이나 개인적 관계에서 독일어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상황도 생각보다 흔하다. 반면 이 언어 자체가 독일 생활의 목적이 되는 경우도 많다. 단 한 달이든, 한 학기나 1년이 되든 이 나라의 언어인 '도이치'를 어느 수준까지는 배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땅을 밟는다.


나 자신과 반려인의 향후 직업적 기회나 도시의 규모와 문화 등 여러 면을 고려해 우리가 고른 도시는 바이에른의 주도(州都)인 뮌헨이다. 독일의 16개 주 중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며, 그 크기가 거의 남한의 면적에 육박하는 만큼 바이에른 주는 그 안에서도 문화권과 언어권이 여섯 지역으로 나뉜다. 이미륵과 전혜린의 흔적이 있는 이 도시는 마치 특별시처럼 그 나름의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사방이 오버바이에른 지역에 둘러싸인 모양이라 보통 사람들은 뮌헨 역시 오버바이에른 문화권에 포함된 듯이 말하곤 한다. 억양이 강해서인지 자주 경상도 사투리와 비교되는 바이에른 사투리 역시 보통 오버바이에른의 언어를 뜻한다.


뮌헨은 독일 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곳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개인적 인연이 있거나 꼭 뮌헨이어야 할 이유가 있지 않다면 독일의 수많은 다른 도시에서 훨씬 저렴한 월세와 생활비, 학원비로 똑같이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나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사투리가 강하기로 유명한 지방에서 처음 독일어를 배우면 사투리를 배우게 될 수 있다는 걱정에 바이에른 밖의 도시로 마음을 정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표준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베를린은 수도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베를린 사투리를 갖고 있는 곳이다. 독일어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하노버가 가장 표준에 가까운 독일어를 구사한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한 연구기관에서 실제로 이 '신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해, 독일 사람들에게 어느 지역에서 가장 표준 독일어가 사용되느냐를 물었다. 이 설문의 응답자 중 24%가 하노버 및 인근 지역을 꼽았다고 하니 어느 정도 근거는 있는 이야기인 것도 같다. (니더작센주(14%)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6%)가 그 뒤를 이었다.)


나는 독일 거주 도시 선택 시 독일어 학습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해버리고 말았다. 살 곳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었던 '규모 있는 도시'는 '다양성' 및 '높은 국제화 정도'를 내포하고 있었으므로. 따라서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아도 장을 보고 외식을 하는 일상생활이나 구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결론은 생활의 편리성과 구직, 반려자 문화에 대한 존중 등을 담아 독일어를 예상보다 빠르게 배우게 되었고, 독일어로 독일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물론, 뮌헨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독일어를 배우지 않고도 좋은 직업을 갖고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하고 있다. 큰 대학교가 있는 도시는 적어도 대학가에서는 영어가 대부분 통하며, 지역별로 특정 언어권의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있기도 하다. 뮌헨에는 특히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들리는 말로는 프랑크푸르트 근교 지역인 호흐타우누스나 마인타우누스 지역에서는 한국어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고도 한다.


바이에른에서 독일어를 배운 나는 사투리 독일어를 배웠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부산이나 광주에서 기초 한국어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고 해서 사투리를 배우지 않는 것처럼. 독일어 학습의 단계는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어서 독일 전역, 아니 독일 바깥 그 어느 곳에서 독일어 수업을 듣더라도 학생들은 표준 독일어를 배울 것이다. 하지만 물론, 나는 이 표준 독일어를 '바이에른 사투리 억양 및 발음'을 하는 선생님에게 배웠다. 표준어와 사투리를 구분 짓는 억양, 발음, 어휘, 문법 중 이 억양과 발음만큼은 일상생활에서 꽤 자주 듣고 있다. 회사 사람들은 바이에른 억양을 감추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취미로 오랫동안 나가고 있는 모임에서도 바이에른 억양을 듣는다. 사람들이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독일어의 r 발음이 혀를 굴리는 스페인어의 rr 발음과 같아 생각보다 쉽다고 느꼈으며, 된소리가 많고 ㅏ보다 ㅓ 모음의 소리가 자주 들리는 식이다. 하지만 물론 뮌헨에는 외국인들뿐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슈바벤 지역이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 사투리도 종종 들리고, 여러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국어 억양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독일어를 들을 수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에 산다면 이는 공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어 단어

Hochdeutsch 표준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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