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chreiben을 써 봅시다
독일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만들었던 이력서는 이어서 소개하겠지만, 나는 이력서보다도 자기소개서가 더 어려웠다. 이력서야 뭐 미사여구 없이 깔끔하게 말 그대로 나의 이력을 소개하면 될 것. 영어 이력서와 중국어 이력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충 그걸 독일어로 바꾸고 마지막 첨삭만 받아보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력서는 한 번 만들면 고칠 필요 없이 그걸로 여기저기 돌리면 되니까!
자기소개서 Anschreiben는 일단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와 직무에 맞게 맞춤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효율적으로 하려면 비슷한 직무나 산업군 등으로 묶는 방법도 있겠다. 나도 버전을 몇 개 만들어 단어만 조금씩 다르게 하는 전략을 썼다. 이 단어들은 모두 공고에 쓰여 있는 단어들을 활용했다.
첫 시작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이걸 매번 조금씩 바꿔야 한다니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한 회사에 지원할 때마다 매번 그 회사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서 매번 다른 문제에 답을 해야 하잖아..? 한국에서 취업 준비를 한 게 너무 오래전이라 까먹었나 보다.
정보의 바다 구글에서 Anschreiben이라고 치면 Muster, 즉 예시 파일이 많이 나온다. 너무 많이 나와서 탈이다. 이 Muster들이 정말 다 괜찮게 잘 쓰인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나의 감을 믿기로 하고 내 촉에 이런 표현이나 태도는 좀 아니다 싶은 표현은 걸렀다. 그리고 너무 선택지가 많아지면 더 혼란스럽기만 할 것 같아서 세네 개의 Muster를 추려 참고했다.
여러 번 읽어보면 대충 어떻게 시작하고 끝을 맺는지는 감이 온다. 간략한 이력 소개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 문단으로 빼서 조금 더 추가로 설명하기. 나는 내 이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업무 관련 역량과 전문성을 나타낼 수 있는 “대기업 패션 회사 기획 MD 경력” 그리고 나의 소프트 스킬을 드러낼 수 있는 “중국 유학 및 중국 BMW 인턴 경험”, 이 두 가지에 중점을 두었다. 한국 회사의 경우는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독일에서는 인지도가 낮을 수 있으니 어떤 회사인지 숫자를 통해 규모를 나타내고 (매출, 계열사 수 등) 내가 근무했던 브랜드에 대한 설명도 짧게 넣었다. 중국에서의 경험을 녹여 넣으면서 이미 팀 내 유일한 외국인으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또 내가 가장 걱정하고 그들도 우려할 것 같은 “독일어 실력 부족”에 대한 방어로 내가 얼마나 일이나 언어를 빨리 배우는지를 나타냈다.
Muster 몇 개를 참조한 걸로 뼈대를 구성하고, 나의 이야기로 내용을 채운 뒤에는 다시 한번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 공고를 확인해서 키워드를 뽑았다. 그들이 공고문에 올려 둔 단어들을 그대로 복사 붙여 넣기 해서 나의 강점 및 경험과 연결했다. 애초에 나는 산업군과 직무를 좁게 한정했기 때문에 요구하는 키워드들이 비슷비슷해서 생각보다 크게 바꿀 필요는 없었다. 회사의 특성에 따라 한 두 문장 정도를 바꾸거나 추가한 것 말고는 기본적으로 만들어둔 나만의 Muster를 사용했다.
완성한 이후에는 독일어 원어민, 꼭 전문 취직 컨설턴트나 독일어 선생님일 필요는 없지만 구직 경험이 있는 독일인에게 한 번 읽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뭐 독일어를 이미 잘하는 수준이라면 이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어적인 부분 외에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첨삭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초안이 너무 미국 스타일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Ich로 시작하는 문장이 과도하게 많고, 좀 과장하자면 다 내가 했고 나는 다 잘하며, 나를 모시고 싶다면 내가 그 요청에는 응해주마 하는 파워 미국 자부심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독일은 여러 면에서 미국보다는 상하 관계가 뚜렷하고, 어느 정도 집단을 중시하는 면도 있는 사회로 너무 “나”에 집중하고 파워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 항상 좋지는 않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수정해 최종안을 만들었다. 보통 독일어 학원 선생님들은 이런 자기소개서나 구직 이메일 등등을 쓴 걸 가져가서 첨삭해달라고 하면 잘해준다.
나의 구직용 독일어 자기소개서의 상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온라인에 남기기가 왠지 그래서 영상으로 예전에 만들어둔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