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사라진다
독일에 있는 회사들의 입사일은 주로 1일이나 15일이다. 나는 10월 1일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다. 조금씩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때였다. 10월 말에는 윈터 타임 (Winterzeit)이 시작되어 하루가 더 짧아지는 기분이 든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취업에 성공한 뒤, 한창 신이 나고 긴장도 되었던 때다. 하루 종일 새로 접하는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열심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 중에는 이런 말도 있다.
"사무실에 사람들이 많은 꼴을 본 적이 없다."
정말 그랬다. 사무실에 왜 이렇게 휑-하고 텅텅 비어 보이는 건지. 그 이유는 여럿이었다. 우선 한 번에 휴가를 2-3주씩 가기 때문이었고, 학업과 인턴을 병행하는 워킹 스튜던트 (Werkstudent) 들은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책상과 컴퓨터가 있지만, 사무실에 나오는 날은 일주일에 며칠 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10월은 간절기로, 어느 날은 해가 쨍쨍하고 따뜻했다가도 다음날은 갑자기 추워지곤 하는 변덕스러운 때다.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직원들의 병가가 늘어난다.
독일에서는 3일까지는 진단서 없이 병가를 낼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로는 기관지 쪽에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있을 경우 유선상으로도 진단서를 받을 수 있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감기와 장염 등이 유행을 했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아이가 있는 동료들이 특히 병가를 내거나, 사무실에 나온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경우가 생겼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동료 역시 엄마인데, 한 번 날을 잡고 사무실에서 만나야 하는데 일주일 넘게 병가를 쓰고, 업무에는 복귀했지만 아직도 감기 기운이 있다며 사무실에 나오질 않아 우리가 만날 날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여름이 끝나고 코끝이 시려오는 계절이 왔음은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지만, 동료들의 동시다발적 병가가 갑자기 많아지는 시기로도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직도 병가를 한 번도 안 쓴 나는 건강하고 성실한 직원(?!)